[아롱 테크] 자율주행차에는 숨겨진 조향장치가 또 있다? 이중화로 오작동 대비

  • 입력 2022.05.12 08:43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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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동 장치부터 탑승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은 물론 최근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역시 대표적인 안전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시스템 중에 성능이나 안전상의 이유로 아주 중요하고 핵심적인 장치가 만약의 경우 고장을 일으킬 경우 큰 문제나 피해가 발생하게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왔습니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경우 브레이크 유압라인을 X자로 설계해 한쪽 브레이크가 고장나더라도 다른 쪽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입니다. 

유압시스템이나 연료시스템은 일정 압력보다 높을 때 다른 쪽으로 이동통로를 우회시켜주는 바이패스(Bypass) 밸브를 적용하고 있으며 전자제어시스템은 피드백제어(Feed back)를 통해 끊임없이 오류를 점검합니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 레벨3를 적용한 차량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자동차의 핵심장치를 이중으로 설계하는 리던던시(Redundancy, 이하 이중화설계)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중화설계, 백업설계 등으로 불리는 이중화설계 기술은 항공우주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개념입니다. 항공우주분야는 시스템을 2중을 넘어 3중으로 설계해 만일의 시스템 오작동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방위산업분야에서도 이중화설계는 일반화된 기술 중 하나입니다.

이중화설계는 글자 그대로 안전을 위해 핵심 시스템을 이중으로 설계한 쌍둥이 시스템으로 하나의 시스템이 고장 또는 오작동할 경우 기존 시스템 사용을 중지하고 다른 시스템이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자율주행차의 등장과 함께 이러한 이중화설계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시스템은 운전자의 개입없이 자동으로 차량을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조향시스템과 브레이크시스템이 오작동할 경우 안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 차량은 조향장치에 이상이 생기면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고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 긴급조치가 가능하지만 자율주행 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기 때문에 조향장치에 이상이 생길 경우 운전자가 즉시 개입하기 힘들어 사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지요.

이중화설계는 이런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조향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두 개의 독립된 전자회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듀얼시스템으로 안전성을 확보해 줍니다. 갑작스런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듀얼시스템이 스스로 고장 여부를 판단해 핸들을 제어하고 이를 통해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자율주행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이러한 이중화설계를 적용한 듀얼 전동식 조향시스템을 개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율주행 중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조향 상태를 유지해 운전자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로 세계에서 아직 양산 사례가 없는 신기술입니다.

현대모비스가 선보인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도 정상 조향이 가능하도록 장치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 부품(센서, ECU, 모터 등)을 모두 이중으로 설계한 것으로, 하나의 조향장치 안에 두 개의 독립된 전자회로를 적용해 하나가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회로가 정상 작동해 안정적인 주행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동식 조향장치에서 사람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자제어장치(ECU)를 소형 전자소자를 적용해 같은 기능을 하면서도 크기는 절반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듀얼 시스템으로 고속 통신 등을 통해 상대방을 감시하고 정상 작동여부를 판단해 고장이 확인되면 1번 시스템을 끄고 2번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제어합니다. 

이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조향 상태를 유지해 줍니다. 이러한 이중화설계는 조향시스템뿐 아니라 브레이크시스템, 더 나아가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전장시스템에게 이르기까지 더욱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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