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르노 코리아와 한국지엠, 수출 급증이 달갑지 않은 이유

QM6 7000대, 출고 적체로 국내 소비자 피해 커지고 있는데도 수출 집중
현대차ㆍ기아 4월 내수 시장 점유율 90%대로 상승...신차 10대 중 9대 차지

  • 입력 2022.05.04 09:57
  • 수정 2022.05.04 11:0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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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반도체 부족에도 잘 버텨온 자동차 시장이 여름 초입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한 내수 감소세가 올해 본격화한데 이어 볼륨이 큰 수출마저 부진한 실적 통계가 나오고 있다. 4월 자동차 통계는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실감하게 했다.

5개 완성차의 국내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1.8% 감소한 11만 9628대, 해외 판매 및 수출은 5.2% 감소한 47만 5941대를 각각 기록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국내 월간 판매량 10만 대의 벽이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고 해외 판매 및 수출은 이미 50만 대 벽이 깨졌다.

이런 부진은 공통적으로 반도체 부품 수급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다. 공장을 제대로 돌리지 못해 새 차를 사겠다며 계약서를 쓴 고객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는데 자동차 회사는 출고 적체 물량을 더 높게 쌓아 놓고 있다.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도 없다. 자동차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내수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월 통계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 내수 점유율은 92%대로 치솟았다. 해외 판매 및 수출 점유율도 같은 수치다. 한국지엠, 르노 코리아 점유율은 2%대, 그나마 선전한 쌍용차가 4%대를 기록한 정도다.

마이너 3사의 내수 점유율이 급락한 원인은 모기업 역시 겪고 있는 물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데 국내 생산량이 적극 동원되고 있어서다. 그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수치가 입증해 준다. 한국지엠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3% 증가한 1만 6834대를 기록했다. 르노 코리아 수출은 무려 363.9% 늘었다. 

국내 생산 차량을 모기업 부족 물량 충당에 우선적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수출은 늘고 국내 판매는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지엠의 국내 판매량은 작년보다 46.1% 감소한 2951대, 르노 코리아는 57.4% 감소한 2328대에 그쳤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쌍용차 내수 점유율은 급상승했다.

4월 쌍용차 내수 점유율은 작년 같은 달보다 45.8% 증가한 4839대의 판매량으로 마이너 3사 가운데 유일하게 4%대로 상승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수입차에 밀려나고도 도토리 키 재듯 순위 경쟁을 벌였던 마이너 3사간 격차는 한국지엠과 르노 코리아가 수출에 집중하면서 더 벌어졌다. 쌍용차에 큰 격차로 밀려난 한국지엠과 르노 코리아 내수 순위는 수입사를 포함하면 앞으로 더 추락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국내에 생산 기반을 갖고 있는 한국지엠과 르노 코리아가 모기업에 물량을 몰아주는 행태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볼트 EV와 볼트 EUV 출고에 상당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르노 코리아는 7000대 이상 QM6 출고 대기자가 몰려있다.

특히 르노 코리아는 수 천대의 출고 적체가 쌓여 있는 QM6를 수출에 집중해 더 큰 원성을 사고 있다. 르노 코리아 4월 실적을 보면 QM6 내수 판매량은 작년보다 64.9% 줄어든 반면, 수출은 170.5% 급증했다. 주인을 따로 두고 있는 형편을 고려한다고 해도 출고 적체에 따른 국내 소비자의 피해를 외면하고 수출에 주력한 결과다.

업계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더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 역시 공급량이 절대 부족하지만 국내 생산 물량은 국내 시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공급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라며 "생산 시설이 있는 해외 권역별로 부품 수급과 생산량 조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국내 생산량을 수출 쪽에 몰빵하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현대차와 기아의 해외 판매 및 수출 그리고 내수 판매량 변화의 폭이 한국지엠이나 르노 코리아와 같이 급진적이지가 않다. 문제는 내수 공급보다 수출에 집중하는 한국지엠과 르노 코리아의 전략이 계속 이어진다면 소비자가 이들 브랜드를 외면하는 일도 고착화할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상품성은 나중에 따진다고 해도 차별받는 일에 유난스럽게 민감한 것이 우리 시장 특성이고 소비자다. 안방에 출고를 기다리는 대기자를 수북하게 놓고 수출 증가를 자랑처럼 얘기하면 할수록 그런 불만도 쌓일 것이다. 어떤 지략을 동원해서라도 국내 물량을 확보해 소비자 불만을 삭혀줘야만 향후 과잉생산이니 재고 증가니 하는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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