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플레이션 시대' 생계 · 저가용도 필요한데 중국산 빼고는 실종

  • 입력 2022.04.18 15:11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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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카플레이션 시대(car+inflation)'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뜻밖에 생계용, 저가용 차량의 생산을 기피하는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우선 전략을 통해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이는 실제 글로벌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경우 물가 상승에 취약한 저소득 · 저개발 국가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과도 닮았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대당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과 해치백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SUV, 프리미엄 차종 등으로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 높은 차종으로 판매 대수 감소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저가형 전기차 판매에 대한 소비자 기대와 달리 생산비용 저감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관련 업체들 역시 저가용 생산보다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기차 확대와 수익성 확보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중이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와 아우디 등 프리미엄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집중하고 토요타와 스텔란티스 등도 같은 방향성을 띠고 있다. 

관련 업계는 정부의 정책적 · 제도적 지원을 모색할 시기라고 경고하고 있다.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 간 간극이 지속되고 여기에 소비자가 신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이 상황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의 국내 진출로 시장은 자생력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리고 이런 글로벌 공급망과 지정학적 위기에서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국내 산업 구조상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분을 바꿀 수는 없으나 다양한 측면에서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통해 현대차의 경형 SUV 캐스퍼가 생산되고 포터와 봉고의 전기차 버전이 화물차 시장에서 여전히 눈에 띄는 판매고를 올리는 사례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왜 제2의 캐스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며 미니밴과 승합용 전기차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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