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번개 화살 'X-Ten' 명중...현대차그룹, 세계 자동차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

  • 입력 2022.04.14 09:44
  • 수정 2022.04.14 09: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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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X-Ten)을 꿰뚫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뚝심으로 잡아 당긴 '전기차 퍼스트 무버' 번개 화살이 정중앙을 꿰뚫으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양궁은 점수가 같을 때 누구의 화살이 X-Ten에 더 가까운가로 승부를 가린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세상에 내놓고 받은 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두룩하다. 세계 3대 자동차 상으로 불리는 유럽 올해의 차에 이어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했고 독일·영국 등 주요국 올해의 차, 유력한 디자인상, 유수의 매체들도 올해의 차로 뽑았다. 세계적 브랜드와 벌인 전기차 비교 평가에서도 연이어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리더십 확보는 정의선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전략이 핵심 동력이 됐다. 정 회장은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어야 한다”고 그룹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전기차를 기회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선점한다는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필요하다면 인력과 조직의 변화도 추진하자”고 역설했다. 이런 의지는 현대차그룹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성공적 개발로 이어졌다. E-GMP는 글로벌 유수의 고성능, 고급차 브랜드들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용 플랫폼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정 회장의 방향성이 낳은 결과다. 

전용 플랫폼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렸을 당시 정 회장이 내린 결단이 있었고 주요 단계 때마다 직접 점검하면서 개발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특히 E-GMP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타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기술 적용이 필요하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기존 전기차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 기술을 E-GMP에 기본 탑재해 현대차그룹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과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 경쟁 업체들이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적용을 주저했던 고사양 장치를 E-GMP에 대거 탑재했다. 또 급속, 초급속 등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400V/800V 멀티 충전시스템’, ‘통합형 드라이브 액슬(IDA, Integrated Drive Axle)’, '전기차 감속기 디스커넥터(EV Transmission Disconnector; 동력 분리장치)’ 등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전기차 특화 사양이다. 

세계 최초로 적용될 기술 개발과정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때마다 정 회장은 일정이 다소 늦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디자인, 공간, 편의사양, 전비, 파워트레인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기술과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또 전용 전기차의 과감한 디자인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기아 EV6 개발 초기, 일부 보수적 성향의 해외 고객 반응을 감안해 해당 권역 본부에서 디자인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정 회장은 EV6의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힘을 실어 줬다. EV6는 출시 이후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 디자인 부문’과 ‘2022 독일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상’ 등 글로벌 주요 디자인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정 회장의 집념과 임직원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는 글로벌 시장 판매 성과로 열매를 맺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5만 2719대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톱5’에 올랐다. 올해는 전용 전기차 판매가 본격화함에 따라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현대차그룹 전기차 판매는 7만 6801대로 지난해 동기 4만 4460대 대비 73% 증가했다. 국내에서 2만 2768대가 판매돼 155%, 해외에서는 5만 4033대가 판매돼 52%가 각각 늘었다. 전기차에 특히 관심이 높은 유럽에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유럽 전기차 전문 사이트 ‘EU-EVs’에 따르면, 올 1분기 유럽 14개국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를 제치고 폭스바겐과 스탤란티스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래를 계획하는 현대차 그룹의 포부는 더 원대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307만 대 전기차 판매, 글로벌 EV 점유율 12%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포함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EV 라인업을 갖춰 187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올해 아이오닉 6를 필두로 2024년에는 아이오닉 7이 출시된다.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를 출시해 2030년에는 12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올해 EV6의 고성능 버전인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EV9이 선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성능도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S’ 등 신규 전용 전기차 플랫폼 2종을 도입한다.

‘eM’ 플랫폼은 배터리, 모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표준화 및 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개발 체계를 적용한다. 현재 개별 전기차마다 별도 사양이 반영되는 배터리와 모터를 표준화해 차급별로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EV 라인업 확대와 상품성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eS’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유연한 구조로 개발돼 딜리버리(Delivery, 배달·배송)와 카 헤일링(Car Hailing, 차량호출) 등 B2B(기업 간 거래)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상품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2025년 ‘올 커넥티드 카(All-Connected Car)’ 구현에 나선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표준화 및 제어기 OTA 업데이트 기능 확대 적용을 추진한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내연기관차 등장 이후 독일과 유럽, 일본 메이커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왔지만 전기차는 출발점이 같은 선상에 있었다"라며 "전기차에 있어 우리의 강점인 차별화된 성능과 독보적인 첨단 사양 그리고 과감하게 시도한 파괴적인 디자인이 세계 곳곳에서 인정을 받는 만큼 새로운 시대, 자동차 산업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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