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M&A 단물만 빨리는 쌍용차 "자구 노력 독자 회생" 기회를 준다면

  • 입력 2022.03.25 09:01
  • 수정 2022.03.25 09: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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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합병(M&A)이 감감해지고 있다. 상거래 채권단에 이어 노조까지 에디슨모터스 인수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M&A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 내부와 주변 일각에서는 현재 경영 상황과 미래 신차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독자 회생의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독자 회생 방안은 에디슨모터스 회생계획안이 법원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데 따른 것이다. 법원이 에디슨모터스 회생계획안을 인가하기 위해서는 주요 채권단 수용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그러나 상거래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 인수 대금 3049억 원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거래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인수 대금 가운데 회생담보권과 조세채권 변제에 필요한 2878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171억 원을 수용하면 총 채권액 기준 변제율이 3.1%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강력 반대하고 있다. 쌍용차 344개 협력사가 모인 상거래 채권단 가운데 258개 업체가 에디슨모터스 인수 반대에 서명한 이유다.

채권단은 변제율을 10% 이상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 요구대로 변제율을 높이면 에디슨모터스는 최소 2500억 원 이상 추가 자금이 필요해진다. 이는 에디슨모터스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상거래 채권단이 반대하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법원이 회생계획안 최종안을 인가하기 위해서는 다른 채권자 동의는 물론 부품을 공급해왔던 회생채권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상거래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 자금 능력이 의심된다며 M&A 절차 중단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쌍용차 노조는 에디슨모터스의 경영 능력과 기대를 걸었던 전기차 관련 기술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반대 의견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운영자금 조달계획이 비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전기차 관련 기술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여러 검증 결과 실망과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자로 지정된 이후 코란도 이모션 주행 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승용 전기차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전기차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모든 메커니즘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채권단과 노조 반대가 워낙 강해 내달 1일 열릴 예정인 쌍용차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가 관계인집회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예정된 날 부결된다고 해도 다시 열 수가 있고 또 채권단 반대에도 강제 인가 결정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쌍용차 내부에서는 "자구 노력을 통한 독자 회생"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수급 차질로 당장은 정상 생산이 어렵기는 하지만 렉스턴 시리즈가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탄탄하게 버텨주고 있고 순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신차 J100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매우 높아 독자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데 따른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출고 대기 물량이 1만 대에 이르고 있다"라며 "현재 개발 완료 단계에 들어간 신형 SUV J100에 대한 고객 관심이 높기 때문에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한 기반과 여건이 마련된다면 채권단이 기존 M&A를 철회하고 전 직원이 뼈를 깍는 고통을 감수하는 자구 노력으로 독자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쌍용차는 위기를 만날 때마다 미국 지엠, 중국 상하이기차, 인도 마힌드라와 같이 해외 기업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았지만 반복적으로 냉혹한 버림을 받아왔다. 독자 회생이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보다 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부분 지적이지만 단물만 빨리는 인수보다 자구 노력으로 살려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 것도 해 볼만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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