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벤츠도 못한 "꿈의 변속기" 개발한다

  • 입력 2012.09.11 10: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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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들이 미리 확보 해놓는 특허까지 모두 합치면 족히 10만개는 될 겁니다". 지난 7일 방문한 현대파워텍(충남 서산) 관계자는 "독자기술로 자동변속기를 개발하면서 선행 개발자들이 출원한 수많은 특허를 피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ZF, 아이신, 자트코 등 변속기 전문 제조업체들이 기 출원한 특허를 피해 독자적인 기술로 제품을 만들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변속기를 들여왔다. 그러나 선진국 기술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1990년대부터 변속기 개발에 뛰어들었고1998년 5단, 2001년 6단 전륜 변속기에 이어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 2010년 8단 자동변속기(후륜) 독자 개발에도 성공을 했다.

이전까지 현대차에 탑재된 자동변속기 대부분은 일본 미쓰비시, 독일 ZF 등과 기술 협력 또는 완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사용을 해왔다. 현대차 자동변속기 전문 생산 업체인 현대파워텍은 이제껏 어느 업체도 만들어내지 못한 10단 변속기 개발도 진행 중이다.

성공한다면 세계 굴지의 변속기 전문 제조업체는 물론 어떤 완성차 업체도 달성하지 못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다단 변속기에 대한 회의론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현대파워텍 관계자는 "혼다가 5단 변속기를 개발했을 때만해도 더 이상의 고단은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6단, 8단까지 장착되고 있다"면서 "고성능 그리고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다단 기어 변속기도 필요한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단 변속기는 물론, 무단변속기(CVT),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에 필요한 어떤 타입의 변속기도 즉시 개발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도 덧 붙였다.

 

가장 최근 독자 개발에 성공한 후륜 8단 자동변속기 역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현대파워텍 관계자는 "변속기는 특성상 유성기어와 클러치 기어와의 연결점을 찾는 레이아웃 특허가 가장 많다"고 말하고 "수 천번의 검토와 테스트를 거쳐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독자적인 레이아웃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이 명절과 휴일을 반납하고 밤 낮없이 매달린 성과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대차가 확보하고 있는 8단 자동변속기의 원천 기술 특허는 모두 100여건이 넘는다. 4년간의 연구, 635억원의 투자와 연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개발에 성공한 8단 자동변속기는 허용토크 용량(55kg.m)을 확보해 고성능, 고출력 엔진에 적합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날 방문한 현대파워텍 서산 공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하듯 직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이정선 현대파워텍 상무는 "현대파워텍은 노조 대신 노사협의회가 구성돼있고 직원 전체가 가족 같은 분위기로 제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생산현장에는 자재 하나 흐트러짐없이 잘 정돈돼있고 청결감도 뛰어났다. 특히 공장 내부 곳곳에 마련된 휴게실, 식당의 시설도 인테리어가 잘 된 호텔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불량율을 없애기 위해 각 파트의 조장들이 라인을 직접 바라볼 수 있도록 사무실 구조를 만들었고 자동화율은 98%에 달한다.

라인을 둘러 본 후에는 주행시험장에서 8단 변속기가 장착된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시승하는 기회도 가졌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고급 승용차의 변속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차와 현대파워텍의 기술 수준이 세계 정상급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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