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터로 누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치"

  • 입력 2022.03.18 09:04
  • 수정 2022.03.18 09: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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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걸러 새로운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기차를 경험할 기회, 비교할 차 그리고 경쟁하는 차도 많아졌다. 주변에서 전기차를 만나는 일도 잦아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변이나 도로에서 전기차를 만나는 일이 잦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카를 시작으로 모터로 구르는 차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특이한 이질감은 싫었다.

감속이나 제동을 할 때마다 들리는 오싹한 소리, 가속 페달을 밟는 푸석한 느낌이 초기 전기차로 이어질 때까지 그랬다. 그런 이질감과 불쾌감은 테슬라가 들어 오고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 전용 플랫폼(E-GMP)으로 만든 전기차가 나오기 이전까지 이어졌다. E-GMP 기반 아이오닉 5와 EV6는 그런 이질감을 싹 없앴고 그래서 감히 세대를 바꾼 혁명적 전기차로 본다.

그래도 아쉬웠던 것이 있었다. 가속력 하나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자동차 본래의 맛 '주행 질감'이다. 만드는 사람들은 내연기관과 비교해 무게가 더 나가고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배분까지 완벽하게 했다고 자랑했지만 하체나 보디 전체로 전달되는 바디감은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전까지 경험한 전기차 대부분은 상대가 경량급이든 중량급이든, 프리미엄이나 일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경망스러웠다. 핸들링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고 노면을 장악하는 능력, 거칠게 다루면 차체가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거나 엇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제네시스 전동화 3번째 모델 일렉트리파이드(Electrified) GV70는 달랐다.

고성능을 지향한 GV70 플랫폼과 섀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내연기관이 가진 차체 놀림을 그대로 보여준다. 체중(공차 중량 2230kg/19인치 타이어)을 늘리고 배터리를 잘 배치해 세심하게 무게 균형을 맞춰 경박하지 않게 묵직하고 차분한 차체 놀림을 갖게 했다.

청평호를 감싼 굽은 길을 과격하게 공략하고 언덕길 추월로 급가속, 빠른 차선 변경 모두 완벽하게 맞장구를 쳐 준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지금까지 전기차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쫀득한 운전 재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굽은 정도와 속도로 봤을 때 살짝 불안한 코너를 공략해도 완벽하게 대응한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전륜과 후륜 구동력을 노면과 주행 상황에 맞춰 배분하는 다이내믹 토크 백터링 시스템이 선회를 돕는다고 말했다.

단단하게 조여진 섀시에서 올라오는 견고한 피드백과 정도가 보통인 코너를 마음 놓고 공략할 수 있는 유일한 SUV 전기차다.기본 제원도 훌륭하다. 전륜과 후륜에 들어간 모터 총 최고 출력이 320kW, 최대 토크는 700Nm나 된다(기본 최대 출력 160kW, 최대 토크 350Nm). 스티어링 휠에 있는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최고 출력이 360kW로 상승한다. 마력으로 환산하면 489마력이다.

퍼포먼스 이상으로 놀란 것이 있다. 세상 조용하다. 전기차니까 당연한 것으로 보겠지만 이건 놀라운 수준이다. 아낌없이 흡·차음재를 쓰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까지 제공한 덕분도 있지만 바람 소리 말고는 다른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속도를 끌어 놀리면 바람 소리마저 숨을 돌리면서 정신이 바싹 들 정도로 속도감을 느끼지 못한다.

뿐만이 아니다. 이런 조건에서 승차감이 나쁠 리 없겠지만 최고 수준에서 안락하다. 지방도로에서 자주 만나는 과속방지턱을 가던 속력 그대로 타 버려도 '툭' 하고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다. 내비게이션에서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는 동시에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감쇠력을 조절한 덕분이다. 

외관 및 실내의 틀과 구성은 내연기관 GV70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매트릭스 패턴을 가진 라디에이터 그릴, 거기에 감쪽같이 숨겨둔 충전구, 휠 디자인, 후면 범퍼 부와 스키트 플레이트가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빼면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트렁크 용량은 내연기관보다 조금 작은 503ℓ, 대신 보닛 아래에 공간을 잘 짜 놓은 22ℓ짜리 프렁크가 있다.

실내는 전동화 전용 클러스터, 재활용 소재로 마감한 천장부가 특히 깔끔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센터 터널이다. 2열 바닥에서 올라온 높이가 5cm 정도에 불과했다.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후륜에 모터를 따로 달기 때문에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가는 공간이 필요 없어진 덕분이다.

이 밖에 전기차로는 독특하게 눈길(SNOW), 모래길(SAND), 진흙탕 길(MUD)에서 유용한 e-터레인 모드도 갖췄다. 350kW 초 급속 충전을 하면 10%에서 80% 충전에 18분이 걸린다. 77.4kWh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최대 400km까지 모터에 전력을 제공한다. 외부 전원을 공급하는 V2L, 가속 페달만으로 가속, 감속, 정차할 수 있는 i-페달 모드도 갖췄다.

이 가운데 i-페달은 꽤 유용했다. 이날 시승 편도 목적지까지 고속 주행을 했을 때 3.7km/kWh까지 떨어졌던 전비가 돌아오는 길, 패들 시프트로 회생 제동 강도를 조절하며 원 페달로 달려 4.2km/kWh까지 상승을 시킬 수 있었다. GV70 전동화 전비는 20인치 타이어 4.3km/kWh, 19인치 4.6km/kWh(복합)다.

[총평] GV70 전동화 기본 가격은 7332만 원이다.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서울시 기준)은 426만 원, 따라서 비슷한 사양을 채운 내연기관(5800만 원/가솔린 3.5T)가 차이가 제법 난다. 그런데도 끌리는 건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가속 능력을 내연기관 섀시 그 느낌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타보면 알겠지만 초 럭셔리 가솔린 세단과 다르지 않은 질감이다. 1000만 원 차이가 작지는 않지만 요즘 기름값, 유지 부담 이런 걸 따지면 고민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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