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 열선 살려내라" 반도체 사태, 아무도 안쓰는 과잉 옵션부터 제거해야

  • 입력 2022.03.17 12:00
  • 수정 2022.03.17 12: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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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유력한 전문 기관, 완성차 업체들은 한결 같이 반도체 이슈가 완전 해결되는 시기를 내년 초로 길게 보고 있다. 반도체는 차량 1대당 보통은 500개 많게는 1000개, 자율주행 기술이 확장하면 2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쓸 일이 많지만 반도체 공급사는 IT 기기, 전자제품과 같이 돈 되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차량용 반도체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가혹한 조건을 버텨내야 하는 내구성이 필요하다.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반도체 가격을 올리면 차량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완성차는 웃돈을 주기도 쉽지 않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당분간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출고 지연에 따른 원성이 높아지면서 묘수라고 할 것도 없는 묘수들이 나온다. 반도체가 필요한 자동차 기능 가운데 일부를 빼 우선 출고하고 나중에 채워주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묘수다. 성능이나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트 열선과 통풍, 아이들링 스톱앤고(ISG), 긴급구조신호(SOS),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티어링 휠 조절과 같이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기능을 빼는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정작 많은 운전자가 평생 한 번 쓰지도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하는 기능은 제거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오토퍼시픽이 지난해 자동차를 보유한 5만 명 이상에 유용한 기능과 세상 필요 없는 기능을 묻는 설문 조사를 벌인 적이 있다.

운전자가 가장 유용하게 생각하는 기능 1위는 열선 시트(66%)였다. 이어 사각지대모니터링(60%), 전방 및 후방 주차 센서(55%), 사륜구동(54%), 차선이탈 경고(54%),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53%), 조수석 전동 시트(52%), LED 라이트(52%), 통풍 및 냉각 시트(50%)를 절반 이상 운전자가 유용한 기능으로 지목했다.

유용한 기능은 사용 빈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이고 운전 편의상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많은 완성차 업체는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열선 시트를 가장 많이 제거하고 있다. 반면 유용성이 전무한 기능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오토퍼시픽 조사에서 운전자 관심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난 대표적 기능이 자율주행도 아니면서 그렇게 불리는 자율주행 기능이다.

이 밖에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14%), 실내 유입 소음을 차단하는 액티브노이즈컨트롤(13%), 차량 내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인카페이(12%)도 유용한 기능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체인식 기능(9%), 제스처 컨트롤(9%), 컨시어지 서비스(7%), 운전 보조시스템(7%)은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관심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만으로 보면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사양이 빠지고 불필요하게 여기고 있거나 사용 빈도가 낮은 기능이 유지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기능 이외에도 후석 엔터테인먼트, 지나치게 디테일한 드라이브 모드, 햅틱 버튼, 전동식 폴딩 시트, 원격 제어 기능도 살생부에 올라가 있다고 전한다. 일부 차에 끈질기게 생존해 있는 CD 플레이어와 체인저도 대상이다. 

따라서 반도체 부족 사태 장기화로 완성차가 일부 기능을 제거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완성차 관계자는 "반도체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기능에 우선 조처를 하는 것은 맞다"라며 "성능이나 안전에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100여 개 정도인 편의 사양 가운데 사용 빈도가 낮은 것들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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