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휘발윳값 2000원 시대 '플렉스 퓨얼 자동차'에 주목해야 할 때

  • 입력 2022.03.14 10:30
  • 수정 2022.03.14 10:4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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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주유소에는 2013년 이후 9년 만에 ℓ당 2000원이 표시된 가격표가 붙기 시작했다. 서울뿐 아니라 제주를 비롯한 일부 지방 도시에서도 2000원을 넘기는 곳이 나왔다. 전국 유가 정보를 제공하는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4일 기준 1978원이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다. 산유국 증산 결정으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국내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이 2000원대로 오르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나라도 있기는 하다. 그 중 한 곳이 전 세계 에탄올 생산 2위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이다. 전 세계 휘발유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패트롤 프라이스에 따르면 3월 7일 기준 브라질 휘발유 소매 가격은 ℓ당 6.577레알, 한화로 약 1602원이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휘발유 평균 가격 1595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것은 에탄올 가격이다. 브라질 에탄올 가격은 4.615레알(약 1125원)로 휘발유 가격 60% 수준이다. 휘발윳값이 치솟아도 브라질 운전자가 크게 걱정하지 않는 건 이 에탄올과 휘발유를 단독 또는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퓨얼 자동차(Flex Fuel vehicle. FFV)가 많아서다. 브라질 전체 등록 대수 70%에 해당하는 2700만 대 자동차가 에탄올과 휘발유를 혼합한 '플렉스 퓨얼(Flex Fuel)'을 연료로 사용한다.

FFV는 에탄올 또는 메탄올과 휘발유를 혼합한 연료 또는 100% 에탄올, 100% 휘발유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탑재한다. 성능이 나쁘지 않다. 기아가 브라질에서 판매하는 스포티지 플렉스(사진 아래)는 최고 출력 157마력, 최대 토크 19.2kgf.m을 발휘한다. 에탄올로만 낼 수 있는 최고 출력은 167마력으로 상승한다. 이런 장점으로 FFV 최대 수요 국가인 브라질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인도, 동남 아시아 여러 곳에서 FFV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엠과 토요타, 폭스바겐 등 대부분 완성차도 FFV를 생산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혼합연료는 원유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탄소 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 공통된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도 에탄올과 휘발유를 혼합 사용할 수 있는 FFV를 개발해 해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산 최초로 플랙스 모델인 쏘울을 브라질에서 출시한 기아는 지금도 대부분 모델에 플렉스 엔진 라인을 운용하고 있다. 브라질 시장 성장을 이끄는 것도 플렉스 라인이다. 

아쉬운 것은 현대차와 기아가 세계적으로 높은 FFV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기아가 한 때 LPG와 휘발유를 번갈아 사용할 수 있는 모닝과 레이 바이 퓨얼 모델을 내놓기도 했지만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다. 100%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수송용 연료에 신재생에너지 의무혼합제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경유 차량만 바이오 디젤 혼합을 의무화했다. 혼합 비율은 현재 3.5%, 2030년까지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 유가가 흔들릴 때마다 국내 경제 전체가 요동을 치는 데도 정부는 이렇게 바이오 연료에 별 관심을 갖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응한다. 완성차도 FFV를 국내 시장에 팔 이유가 없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미래 에너지 대응과 탄소중립에 곤두서면서 바이오 연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대비가 된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만난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바이오 에탄올을 차량 연료에 혼합 사용하면 원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동시에 탄소 저감에도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유업계가 바이오 연료 혼합 사용을 막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휘발윳값 부담에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완성차는 질 좋은 플렉스 퓨얼 자동차를 만들어 보급하고 정부는 바이오 연료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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