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순수 전기차 미니 일렉트릭, 짧아도 용서가 되는 건 '고-카트 필링'

  • 입력 2022.03.14 08:14
  • 수정 2022.03.18 09: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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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계열 브랜드 가운데 미니(MINI) 전동화 전략은 적극적이고 도발적이다. 2030년 이후 모든 신차에 전동화 파워트레인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성능 라인업 '존 쿠퍼 웍스(John Cooper Works, JCW)'도 이 범주에 속한다. 그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 '미니 일렉트릭((MINI Electric)'이다. 2017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고 2019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순수 전기차다.

미니 쿠퍼 S를 기반으로 했고 영리하고 감각적인 포인트로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니 일렉트릭은 그러나 전기차 경쟁력을 따지는 기준으로 봤을 때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고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59km(복합)에 불과하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 주행 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약점에도 지난 1월 시작한 사전 예약을 통해 올해 들어올 물량이 다 팔려버렸다.

'전기차=주행거리'라는 공식이 깨져 버린 셈이다.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가능한 이유를 살펴봤다. 미니는 첫 순수 전기차 주행 거리를 짧게 가져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니 일렉트릭은 도심 사용에 최적화한 소형 전기차다. 서울 기준으로 하루 평균 차량 주행 거리가 30km 남짓이고 따라서 주중 사용을 하고도 남는 충분한 거리다."

미니 일렉트릭 배터리 용량은 32.6kWh다. 요즘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대부분 배 이상이다. 60kWh가 넘고 70kWh가 넘는 대용량 배터리로 300km, 400km 가는 것 특별한 일이 아니다. 주행 가능 거리와 전기차 성능은 무관하다는 얘기다. 대신 가벼운 배터리가 주는 경제성과 효율성은 놀랍다. 시작 가격이 4560만 원이라는 것,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 원대로 떨어지는 것은 일상에 충분한 수준으로 배터리 용량을 가져간 덕분이다.

미니 라인업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쿠퍼 S 시작 가격은 4300만 원이다. 순수 전기차를 내연기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 초기 반응을 뜨겁게 끌어 내는데 도움이 됐다. 사실 배터리는 전기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범일 뿐 아니라 중량을 높여 차체 움직임을 둔하게 한다. 보통 60kWh급 배터리 무게가 400kg 정도 하니까 미니 일렉트릭은 배터리 하나 만으로 200kg을 줄였다.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 수가 적은 전기차 특성이 더해져 미니 일렉트릭 공차 중량은 동급 가솔린과 크게 다르지 않은 1390kg에 불과하다. 긴 거리가 아닌 짧은 시승에도 가벼운 중량에서 나오는 민첩함, 그러면서도 절대 가볍지 않은 놀림이 전달된 것도 효율성을 강조한 배터리 덕이다. 무엇보다 무게 중심을 30mm나 낮추고 중량 배분까지 완벽하게 가져 가면서 미니가 자랑하는 '고 카트 필링(Go Kart Feeling)'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에 놀랐다.

남산을 끼고 도는 소월길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굽은 길을 따라 돌 때 운전대에 적당한 긴장감이 더해지고 단단한 서스펜션이 주는 묵직함, 노면에 착 달라붙는 미니 일렉트릭 감성과 추종력이 내연기관과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험한 전기차 대부분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는지를 자랑해 왔지만 미니 일렉트릭은 그 힘을 이렇게 바르게 쓴다.

그렇다고 가속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미니 일렉트릭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60km까지 3.9초, 시속 100km는 7.3초에 도달한다. 가속 페달을 압박하는 순간부터 터져 나오는 최대 토크(27.5kg·m)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이 가속력을 낭비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발휘하게 해준다. 빈틈없이 노면을 움켜쥐며 치고 나간다. 가격 이상으로 끌리는 것이 바로 이 고 카트 필링이다.

배터리 성능도 뛰어나다. 시승 출발 전 140km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서울 도심 30km를 달렸는데도 124km가 남아 있었다. 미니 일렉트릭 전비(km/kWh)는 복합 4.5, 도심 4.8, 고속도로 4.2다. 그 좋다는 테슬라 모델 3 전비는 4.3km/kWh(복합)다. 전비는 전기차 배터리 효율성을 따질 때 가장 신경을 쓰고 살펴봐야 할 제원이다. 

덕분에 이날 시승 그룹 가운데 전비를 따지는 순위에서 2등을 했다. 회생제동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미니 일렉트릭은 센터패시아 토글스위치로 회생 강도를 높이고 낮출 수 있다. 회생 강도를 높게 설정하면 원-페달이 가능해 가다 서다가 잦은 도심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정지까지 할 수 있다. 잘 사용하면 배터리 충전이 늘고 주행 거리를 연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겉과 속은 내연기관 미니와 크게 다르지 않은 틀과 구성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라디에이터 그릴에 두꺼운 판을 덧대고 아웃사이드 미러캡, 'S'라는 레터링과 휠에 노랑을 새겨 차별화했다. 워낙 튀는 색이라 미니 전기차라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노랑은 시동버튼, 센터 디스플레이 테두리, 계기반 그래프와 대시보드와 같은 실내 장식에도 사용됐다.

또 하나 미니 일렉트릭 트렁크 용량은 기본 211ℓ,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최대 731ℓ나 된다. 같은 내연기관차와 차이가 없다. 이 밖에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안전 보조 사양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가 트림에 따라 기본 또는 선택 사양으로 제공한다.

[총평] 전기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도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고 운전을 재미있게 해주는 성능도 필요하다. 주행거리도 길어서 나쁜 것은 없다. 그러나 이런 경쟁에 혹해 주행 거리만으로 전기차를 평가하면 안 된다. 어떤 용도인가에 따라 미니 일렉트릭과 같은 짧은 주행거리도 유용한 쓰임새가 있다. 이 보다 더 시장 반응을 뜨겁게 한 건 장담하는데 미니 일렉트릭 '고 카트 필링'이다. 투박하지만 듬직한 미니 감성을 잘 살려놨다. 올해 공급 물량 90%가 사전 예약으로 팔려나간 것이 이걸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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