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중고차 사업 진출 선언한 현대차, 매매 사업자가 진짜 경계하는 것

  • 입력 2022.03.11 12:00
  • 수정 2022.03.12 12:0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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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7일, 국내 완성차 브랜드로는 처음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현대차는 고품질 인증 중고차로 소비자와 만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사업 계획에는 장황한 얘기들이 있지만 엄격한 기준으로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소비자에 제공하고 기존 사업자와 공생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중고차 업계는 30만 가족 생계, 대기업 시장 독점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부담 증가를 들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완성차가 직접 신차를 팔면서 중고차까지 취급하면 자동차 유통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는 누구나 하고 있다. 종국에는 현대차가 폐차 사업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중고차 매매 사업자가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무엇보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좋은 상품 '신차급 중고차'를 확보하는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신차를 구매하면서 처분해야 할 중고차 상당수는 현대차와 기아 영업 사원 손을 거쳐 간다. 상품성이 좋고 수익성이 높은 중고차를 현대차가 독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현대차는 중고차 사업 초기 막대한 자본을 동원, 상품성이 좋은 물건 확보에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매집할 중고차 기준을 5년, 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로 얘기하고 있지만 상품 가치가 가장 좋은 시점에 맞는 물건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중고차는 3년 이내 연식 상품성이 가장 높다. 특히 200여 개 항목에 달하는 품질 검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3년 이내 상품이 주요 매집 대상이 될 전망이다.

완성차 영업 사원이 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어 기존 중고차 사업자는 수익성이 가장 좋은 상품 매집 기회를 놓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점에 공감을 하면서도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의 중고차 진출은 소비자 다수가 환영한다. 특히 현대차는 기존 상생 협의 과정에서 마련한 상생안을 준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중고차 사업자 반발을 머쓱하게 했다.

지난해 을지로위원회에서 협의한 내용 핵심은 완성차 거래량을 오는 2024년까지 총량 10%로 제한하는 것이다. 연간 중고차 거래량이 100만 대라고 가정했을 때 완성차 취급 총량은 10만 대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당사자 거래량을 포함하자는 완성차 주장과 매매사업자 거래량을 기준으로 하자는 양측 입장차로 결국 무산했다.

당사자 거래량을 합치면 연간 중고차 거래량은 약 260만 대, 매매 사업자 거래량은 110만 대로 차이가 엄청나다. 완성차 주장으로 하면 허용 총량이 26만 대, 매매 사업자 기준으로 하면 11만 대로 급감한다. 이는 중고차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 연간 거래 물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사자 거래를 포함한 총량으로 따져도 시장 점유율을 10%로 가져가겠다는 건 파격적인 양보다.

지금은 법대로 해도 완성차든 어디든 중고차 사업은 누구 허락을 받고 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당시 협의한 상생안을 준수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면 나머지 완성차도 6개월 이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것은 모든 완성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2026년이 와도 합계 시장점유율이 최소 7.5%~최대 12.9%에 불과할 것이라는 KAMA 예측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신차나 중고차 수요와 거래량이 정점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완성차의 중고차 거래 총량은 5년 후 연간 30만 대 미만이 될 전망이다. 시장 독점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좋은 상품을 확보하려는 경쟁과 함께 200여 개 항목 품질 검사와 전용 애프터 서비스 네트워크, 보증 수리 등 오래전부터 중고차 사업자가 하겠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던 약속을 이행하면 그렇게 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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