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현대차는 왜 러시아에서? "1년에 100대 판 포드하고 사정이 다르죠"

  • 입력 2022.03.07 13:2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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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발을 빼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 금융 제재와 함께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인텔과 같은 거대 IT 기업과 넷플릭스와 같은 OTT 기업도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사업을 중단했다.

자동차 기업도 탈 러시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지엠과 포드는 철수를 선언했고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기업도 현지 사업을 중단하거나 수출을 멈췄다.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러시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엠과 포드, 볼보, BMW, 폭스바겐, 토요타와 혼다 등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현대차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에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자동차 기업들에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내밀한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재에 나선 자동차 기업 중에는 러시아에서 사업성을 상실했거나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결정이 쉬웠던 곳도 있다. 실제로 가장 먼저 철수를 선언한 미국 포드는 러시아 시장 연간 판매량이 2021년 93대에 불과했다. 포드는 이미 사업 부진을 이유로 철수를 추진해 왔다. 따라서 이번 철수 선언은 이걸 다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상용차가 1만 4000대로 비교적 많이 팔렸지만 승용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피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지엠 쉐보레도 지난해 연간 558대를 파는데 그쳤다. 작은 대리점을 폐쇄한 정도다. 오죽했으면 공장까지 현대차에 팔았을까. 지엠과 포드는 사업이 잘 된다고 했어도 러시아 침략에 간접 상대국인 미국 기업 입장에서 적대국 사업을 유지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혼다도 이미 사업 부진을 이유로 철수를 추진하고 있던 곳이다. 볼보와 BMW, 벤츠 연간 판매량도 수 천대 또는 5만 대 미만이다. 현지 생산과 수출 중단을 얘기한 토요타도 전쟁과 관련 없는 부품 공급 차질이 더 큰 이유고 현지 생산 차량 판매 비중이 매우 높다. 수출 중단에 따른 손실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스코다와 같은 상위권 브랜드도 수출을 멈출 뿐 현지 생산과 판매는 계속하고 있다. 

작지 않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들 기업들이 갖고 있는 총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다른 요인이 더 큰 생산 중단 조치고 사업을 철수한다고 해도 부담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처지는 전혀 다르다. 러시아 신차 시장은 라다(Lada)와 현대차 그룹 그리고 르노가 절대적으로 지배한다. 

작년 기준 3곳의 신차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는다. 기아 브랜드가 20만 5000대, 현대 브랜드는 16만 7000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이 현대차 계열이 22.3%를 차지했다. 그룹 전체로 라다와 르노에 이어 3위 기업이다. 단일 브랜드로 하면 기아는 라다에 이어 2위, 현대차는 3위를 기록했다. 르노와 토요타가 뒤를 잇는다.

자동차 기업은 판매 대수 못지 않게 시장 점유율에 민감하다. 해외 단일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점유율이 20%를 넘는 곳도 러시아가 유일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철수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러시아 사업 중단 압박이 거세지고 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국내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대차 그룹은 더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기업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대차가 그룹 차원에서 고민은 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 철수나 일시적이든 뭐든 사업을 중단한 브랜드 대부분은 그런 결정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연간 40만 대를 바라보는 시장인데 전쟁 상황을 살펴가며 다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우면서 러시아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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