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가장 드라마틱한 유럽 올해의 차, 기아 EV6가 철벽을 뚫었다

  • 입력 2022.03.02 14:06
  • 수정 2022.03.02 16:4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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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올해의 차(European Car of the Year) 최종 우승 모델을 가리는 현장은 뜨겁기로 유명하다. 제네바 모터쇼 공식 개막 하루 전 스위스 팔렉스포 아레나(Palexpo Arena)에서 열리는 유럽 올해의 차는 유럽 23개국 자동차 저널리스트 심사로 결정된다.(올해 심사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기자단은 제외됐다)

현장에서는 각국 기자단이 후보에 오른 모델에게 준 점수를 차례대로 발표하기 때문에 순위가 바뀌는 대역전극이 펼쳐진다. 코로나 19로 2020년, 2021년은 현장에서나 느낄 수 있는 뜨거운 열기를 만날 수 없었지만 2019년 유럽 올해의 차는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1위를 달렸던 기아 씨드가 막판 역전을 허용해 재규어 I-페이스에 밀려나고 말았다.

영국 기자단이 자국 브랜드 재규어 I-페이스에 점수를 몰아 주면서 알피느 A110과 동점을 차지했고 이후 2개 차종만을 대상으로 다시 실시한 투표를 거쳐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 기아 씨드는 247점을 받아 250점을 받은 재규어 I-페이스에 불과 3점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국산차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될 기회였지만 유럽 토종 브랜드, 현지 기자단이 가진 벽이 그렇게 높았다.

1964년 로버 2000(Rover 2000)을 시작으로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모델 가운데 비유럽권은 손에 꼽을 정도다. 1993년 닛산 미크라(Micra)가 처음 그 벽을 뚫었고 토요타 야리스(2000년, 2021년)와 프리우스(2005년), 닛산 리프(2011년)가 전부다. 그 외 포드가 5차례를 받아 57회나 이어진 유럽 올해의 차 가운데 비유럽권 수상은 단 10차례 뿐이다.

유럽 올해의 차 또 다른 특징은 부문별 수상 없이 단 하나의 모델만 뽑는다는 점이다. 올해의 트럭, 올해의 SUV, 올해의 디자인도 없다. 지금까지 국산차 가운데 최종 후보에 오른 모델도 손에 꼽을 정도다. 2008년과 2018년 기아 씨드와 스팅어가 전부였을 정도로 유럽 올해의 차는 국산차에 철벽이었다.

이 철벽을 기아 EV6가 깼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와 함께 최종 결선에 오른 기아 EV6는 푸조 308, 포드 머스탱 마하-E, 스코다 엔야크 IV, 르노 메간 E-Tech 등을 제치고 마침내 2022년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EV6는 279점을 받아 265점에 그친 2위 르노 메간 E-Tech를 여유 있게 제쳤다.

EV6는 심사단 개인별로도 가장 많은 12명이 최고 점수를 줬다. 심사단들은 EV6가 에너지 효율성과 대용량 배터리, 초고속 충전을 결합해 가장 돋보인 성능을 가졌고 넓은 공간과 패키지, 더블 모드 스위치와 같은 디테일, V2X와 같은 독창적 기능을 갖춘 차라고 높게 평가했다.

부드럽고 쾌적한 주행, 리막 기술로 585마력을 발휘한 EV6 GT, 차체 거동과 핸들링이 보여주는 스포티한 주행 성능도 호평을 받았다. 1964년 이후 유럽 올해의 차는 내연기관으로 이어져 왔다. 2019년 순수 전기차 재규어 I-페이스가 이 벽을 허물었고 2020년 푸조 208, 2021년 토요타 야리스에 잠시 자리를 내주고 다시 순수 전기차 EV6가 선정되면서 유럽 자동차 산업이 전환기에 왔다는 것도 보여줬다.

다시 2019년으로 돌아가 재규어 I-페이스가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직후 프레스룸에서 만난 이안 칼럼(Ian Callum) 당시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는 "씨드가 유럽에서 생산된 차였다면 올해의 차 수상은 당연했을 것"이라며 "한국 브랜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디자인 측면에서 괄목할 발전을 했고 조만간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언이 올해 이뤄진 셈이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전기차로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 아이오닉 5가 독일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고 권위 있는 매체 비교 평가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가장 가치 있는 모델로 꼽히고 EV6가 유럽 최고의 차에 올랐다. 국산 전기차의 연이은 수상과 쾌거가 내연기관으로 130년 자동차 역사를 이끈 심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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