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레전드 SUV '라스트 모하비' 조금 터프하고 거칠지만 그 맛으로

  • 입력 2022.02.25 08:00
  • 수정 2022.02.25 08:1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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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아가 브랜드 신규 엠블럼을 적용하고 승차감 개선, 안전 및 편의사양을 확대한 2023년형 '모하비'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국내 판매에 돌입했다. 해당 모델은 그동안의 소비자 의견이 반영되어 차체와 프레임을 연결하는 마운트 강성을 높이고 쇽업소버의 서스펜션 향상을 통한 승차감 개선이 주요 변화다. 그리고 2007년 첫 출시 후 줄곧 이어지던 모하비 독자 엠블럼이 약 17년 만에 사라지며 기아 유일한 프레임 바디 모델의 역사적 전환기 혹은 브랜드 내 변화된 플래그십 SUV 위상이 반영됐다. 

당초 모하비는 첫 출시 당시 현대차 베라크루즈와 차별화를 위해 험로 주파를 염두에 두며 제작됐다. 이런 까닭에 후륜 구동 기반 프레임 바디가 적용되고 독자적인 차별화 노선을 걸어왔으며 그 역사는 현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시대는 지구온난화를 이유로 탄소 배출 저감을 강조하며 모하비 존재 이유를 턱밑까지 조여오고 있다. 어느 틈에 3.0ℓ 엔진도 대기량으로 취급되고 막강한 토크감와 높은 연료 효율성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디젤 엔진은 사양 산업으로 취급되고 있다. 

모하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아는 지난해 2045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5년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2040년 주요 시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전동화 전환 계획을 밝혔다. 최근 기아의 순수전기차 및 친환경차 출시 시계열로 판단할 때 아마도 모하비 차명이 익숙한 날들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덜 다듬어지고 그래도 원조 모델의 아우라가 조금은 남아있는 2019년형 모델을 만나 마지막 모하비 엠블럼과 마주했다. 

먼저 현행 모하비 디자인은 2019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등장한 '모하비 마스터피스' 콘셉트카를 바탕에 두고 있다. 강인한 이미지와 대형 SUV의 존재감을 강조한 모습으로 외관 디자인 만큼은 완전변경 수준에 변화를 보였다. 해당 모델의 전면부는 웅장한 SUV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넓은 라디에이터 그릴, 볼륨감 있는 후드 캐릭터 라인으로 강인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고급스러운 또한 풍긴다. 

차체 크기는 국내 시장 기준 대형 SUV 수준으로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930mm, 1920mm, 1790mm에 휠베이스 2895mm를 나타낸다. 실제 느낌은 각진 실루엣과 큼직한 디테일을 통해 더욱 웅장한 모습이다. 특히 측면은 직선으로 쭉 뻗은 루프 라인과 거대한 휠하우스, 후드에서 테일 램프까지 이어진 날렵한 캐릭터 라인이 곳곳에 장식된 크롬 엑센트를 통해 대형 SUV 존재감을 과시한다. 

후면부는 전면부와 통일감 있는 버티컬 큐브 리어 램프, 플래그십 SUV 다운 든든함과 고급스러움을 보여주는 듀얼 트윈팁 데코 가니쉬, 고급스러운 레터 타입 엠블럼을 적용해 안정감 있는 대형 SUV의 면모를 자랑한다. 

모하비 실내는 간결하고 넓은 수평 구조로 디자인해 고급 세단과 같은 프리미엄 공간을 연출하고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센터페시아에서 도어까지 길게 이어지는 고급스러운 원목 소재의 가니쉬, 최고급 나파가죽 퀼팅 시트, 간결하고 모던한 버튼을 적용해 세련된 센터페시아 등은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최근 신차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다양한 정보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12.3인치 대형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운전자 설정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하이테크한 이미지의 입체 패턴 무드 램프 등이 적용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모하비 파워트레인은 V6 3.0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됐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260마력, 최대 토크 57.1kg.m의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최근 출시된 2023년형 모델은 출력에서 소폭 하향 조종된 부분을 제외하면 여전히 모하비 파워트레인은 첫 데뷔 후 큰 변화점을 찾을 수 없다. 

무엇보다 모하비의 가장 큰 특징은 안정적 주행감을 더해주는 든든한 프레임 바디와 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R-MDPS로 민첩한 조향성능이 더해진 부분이다. 하지만 첫 출시 당시 느꼈던 디젤 엔진으로는 우수했던 정숙성과 낮은 진동은 최근 시승한 모델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디젤차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여하튼 모하비는 이 밖에도 전자식 4WD, 차동기어 잠금장치 및 저단기어와 함께 다양한 노면(MUD, SAND, SNOW)의 주행 환경에서도 각 상황에 적합한 차량 구동력을 발휘하는 ‘험로 주행 모드’가 기본 적용돼 도로 상황에 맞춰 최적의 주행이 가능한 부분이 매력이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다이얼 조작계를 통해 손쉽게 변환 가능한 부분도 장점. 

이번 모하비 시승에서 또 하나 특이점은 갈수록 소비자 기호가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을 지닌 SUV로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전 모델의 경우 조금 터프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주행감을 나타낸 부분이다. 특히 변속기 세팅은 저속과 중고속 모두에서 일관되게 넉넉한 엔진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 밖에 모하비는 차체 크기와 무게를 감안할 때 여전히 우수한 가속감을 나타냈다. 다만 열심히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연비는 최근 주식 시장 그래프 마냥 바닥을 뚫을 기세로 떨어졌다. 하지만 프레임 바디에서 느껴지는 일관된 안정감과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도 부족함 없는 주행 성능은 모하비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언젠가 사라질 또 하나의 모델을 아쉬워하며 라스트 모하비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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