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진출 대선 눈치 보는 '중고차 중기부' 정치 아닌 정책 판단 기대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02.20 08:05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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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현안 가운데 가장 뜨거운 이슈는 중고차 사업 완성차 진출이다. 수십 회 관련 세미나와 정책 토론회, 양쪽이 모여 현안을 논의한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을 맡기도 하며 지난 3년째 완성차와 중고차, 정부, 소비자 단체가 머리를 맛댄 협의 과정을 지켜봤지만 이 논쟁은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관련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9년 전 중고차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고 3년에 걸쳐 두 번 연장되며 6년 간 완성차 진출을 막았다. 그러나 3년 전 이 법이 일몰로 완성차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는 장벽이 사라졌지만 생계업 지정이라는 제도가 중소벤처기업부를 통해 생기면서 새로운 논란이 시작됐다.

중고차 사업자 단체는 생계업 지정 신청을 했고 중기부는 이 문제를 즉각 심의위원회에 회부해야 하는데도 지난 3년을 버텼다. 9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수개월 이상 실태조사를 하고 중고차 생계업 지정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관련 보고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이전에는 동반위가 결정하면 끝날 일이었지만 신설된 중기부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결론을 내리지 않은 셈이다. 중기부가 심의위에 관련 사안을 회부하지 않고 3년을 끈 건 심각한 법 위반 사항으로 추후 관련 사안이 결정된다고 해도 행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현재 진행 사항은 중기부가 관련 사안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양측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상생협력위원회를 결성해 합의점을 찾았지만 결렬이 되면서 모든 문제가 다시 중기부로 넘어갔다. 위원회 좌장으로 어느 정도 정리된 협력안을 마련했지만 새로운 조건을 내밀며 합의 자체를 거부한 중고차 단체에도 책임을 묻고 싶다.

협력안은 중고차 연간 거래 규모를 250만 대로 잡고 완성차 비중을 최초 연도 3%에서 4년 차 10%로 늘리고 이를 최대치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4년 후 완성차가 거래할 수 있는 중고차 규모를 최대 25만 대로 제한한 것이다. 중기부는 이 합의안을 질질 끌더니 작년 말 심의위원회 회부로 결정을 내린다고 했지만 올해 1월로 미루더니 다시 대선 이후인 3월로 잠정 연기했다.

대선을 지켜보고 당선된 대통령 눈치를 보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겠다는 심사다. 심의위를 대선 이후로 미뤄 완성차 진출을 막으려는 중고차 단체 노림수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완성차 중고차 진출은 정치적이 아닌 정책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허위·미끼매물 등 중고차 업계에 만연한 심각한 부작용을 줄이고 소비자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는데도 정치적 셈법이 동원되고 이에 중기부가 동조한 것은 두고두고 비난을 받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중고차가 완성차 진출을 반대하는 것 역시 명분이 없다. 중고차 산업이 골목상권도 아닐뿐더러 SK엔카, K카 그리고 연간 수조 원 대 매출을 올리는 수입차와 완성차 계열사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로부터 중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허위 미끼 매물에 땅을 치거나 가짜 이력으로 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

국내 완성차만 상대적으로 심각한 역차별을 받고 있고 국민만 피해를 감수해아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고차는 가장 후진적이고 낙후된 산업으로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완성차 진출을 막고 늦추는 것은 국민 피해를 바라보고 조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장에서는 완성차가 법적 문제가 없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우선 진출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관련 소비자 단체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중기부 감사 청구도 준비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 편의를 외면하고 완성차 진출을 정치적 결탁으로 가로막는 정치적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3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심의위가 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사업조정 신청이 된 상황인 만큼 양측이 합의한 조정안을 적극 검토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당선자도 관련 사안을 정치가 아닌 정책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지난 3년을 양보하고 상생에 최선을 다한 만큼 이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완성차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이제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정부와 당선자 모두 국민 편익과 관련한현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일이 없도록 현명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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