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랜드로버 디펜더 90 '전설의 오프로더, 도심 주행에서도 매력'

  • 입력 2022.02.18 12:51
  • 수정 2022.02.18 13:22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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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휠베이스는 오프로드에서 높은 순발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도심 주행에서도 덜 부담스럽고 편안한 주행, 아이코닉한 분위기까지 연출한다. 여기에 디젤 엔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정숙성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만나 향상된 연료 효율성까지 전달하니 자연스레 '랜드로버 디펜더 90'만의 매력에 스며든다. 

과거 '디펜더'하면 007시리즈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등장하며 특유의 각진 차체와 둥근 헤드램프에서 비롯된 독창적 디자인과 막강한 오프로드 성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실 과거 디펜더는 1948년 '시리즈1' 1세대 모델의 경우 디펜더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숏바디 랜드로버 90, 롱바디 랜드로버 110으로 불려왔으며 이후 1990년대 들어 디펜더라는 차명을 정식으로 사용하게 됐다. 

최근 시승한 디펜더 90의 경우 1세대 숏바디 모델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인제니움 디젤 엔진과 재규어랜드로버의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PIVI Pro(피비 프로)'를 바탕으로 숏바디 특유의 민첩성이 주요 특징이다. 앞서 출시된 디펜더 110 모델과 차별화된 3도어 형태를 띠고 있는 디펜더 90의 차체 크기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583mm, 1996mm, 1974mm에 휠베이스 2587mm로 110 모델 대비 전장에서 435mm 짧아지며 온로드와 오프로드에서 보다 높은 순발력을 발휘한다. 

외관 디자인은 110 모델을 축소한 듯한 모습으로 각진 실루엣, 볼드한 숄더 라인, 짧은 오버행을 바탕으로 디펜더만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하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여기에 차량 콘셉트에 맞춰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설계와 디자인은 최고 수준의 오프로드 지오메트리를 제공하며 어떤 지형과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3도어로 디자인된 디펜더 90 모델의 콤팩트한 디자인은 마치 쿠페를 연상시키며 세련된 도시적 이미지 또한 연출하고 전후방 짧은 오버행을 통해 접근각의 경우 31.5도, 이탈각 35.5도를 구현해 다양한 노면에서 보다 뛰어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디펜더 90의 외관 디자인에서 오프로더의 특성을 강조한 루프에 사용된 알파인 라이트 윈도우와 사이드 오픈 테일 게이트, 후면에 장착된 스페어 타이어 등이 매력적으로 전달된다. 

실내는 단순함 그리고 오프로드의 험난한 환경에 따른 내구성을 강조한 모습으로 과거 디펜더의 실용적 디자인 또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센터페시아를 가로지른 마그네슘 합금 크로스카 빔으로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차량 바디 구조를 인테리어 디자인 일부로 구성했다. 이 밖에도 콘셉트에 맞춰 센터콘솔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 넉넉한 수납공간을 제공하고 실내 소재는 직물과 가죽, 플라스틱 등을 혼합하며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성을 강조했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상단 디스플레이는 모두 시인성이 우수하고 그래픽 또한 간결한 구성이다. 다양한 오프로드 기능은 물론 공조장치 등 대부분의 차량 제어 시스템을 통합한 다이얼과 버튼식 배열은 경쟁 모델과 차별화를 꾀했다. 다만 일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여러 차례 버튼 조작이 필요해 주행 중 직관적 사용에는 불편하다. 

디펜더 90과 110 모델의 가장 큰 차이는 2열 및 트렁크 공간을 꼽을 수 있겠다. 2열 레그룸의 경우 929mm를 제공해 의외로 넉넉한 공감감을 자랑한다. 하지만 일반 SUV 대비 높은 차체는 역시나 승하차시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유도할 뿐 아니라 트렁크 용량의 경우 기본 297ℓ, 최대 1263ℓ를 제공해 다양한 짐을 수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디펜더 90 파워트레인은 재규어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인제니움 3.0ℓ 직렬 6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렸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249마력, 최대 토크 58.1㎏.m의 힘을 발휘하고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는 8.0초, 복합연비는 10.2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0g/km를 나타낸다. 

해당 엔진의 경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최대한 가볍게 고안됐고, 실린더 내 피스톤의 움직임은 마찰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정밀 연료 분사 시스템과 트윈 터보차저 등 고도화된 기술을 통해 출력과 효율성, 무엇보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떨림을 최소화한 부분이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적용으로 정차에서 출발 시 혹은 추가 가속에서 보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17km/h 이하의 속도에선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 에너지를 보충하는 등 효율성을 높이는 세팅이 이뤄진 부분도 찾을 수 있다. 

이 밖에 앞서 출시된 디펜더 110과 동일하게 랜드로버의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 '터레인 리스폰스'를 비롯해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를 기본 제공하고 상위 D250 SE 사양의 경우에는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 등이 탑재되어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터레인 리스폰스의 경우 모래, 잔디, 눈길 등의 까다로운 노면에서 전륜과 후륜 사이의 토크를 균형 있게 배분하여 트랙션을 최대화하는 기능으로 전륜 또는 후륜의 트랙션이 상실되는 극한 상황에서 엔진 토크를 최대 100%까지 반대편 액슬에 배분해 접지력을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은 리어 액슬에 부착된 좌우측 휠 사이의 미끄러짐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트랙션이 상실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보다 빠르고 부드러운 반응이 장점이다. 

끝으로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는 마치 보닛 아래를 투명하게 비춰주듯 가려진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으로 서라운드 카메라는 차량 주변의 360도의 평면도와 3D 외부 투시도를 제공하고 도어 미러의 초음파 센서를 통해 도강 시 수심 정보를 실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도심 위주로 이뤄진 시승에서 랜드로버 디펜더 90의 매력은 경쟁모델 뿐 아니라 일반적인 도심형 SUV와 비교해도 놀라운 수준의 정숙성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떨림과 소음은 거의 느낄 수 없고 중고속 영역에 이르기까지 고르게 발휘되는 토크는 어느 순간에도 부족함 없는 달리기 성능으로 이어진다. 다만 저속에서 조금씩 울컥거리는 변속기 세팅에선 오프로더 특유의 유전자가 느껴진다.

주행 모드 역시 다양한 노면 환경에 따라 총 6가지로 구성되는데 온로드 구성은 에코와 노멀로만 구성된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독창적 내외관 디자인과 다양한 주행 편의 및 안전사양이 고르게 탑재되고 무엇보다 과거 전설적 모델의 유전자를 이어오는 부분에서 디펜더 90의 매력은 더한다. 랜드로버 디펜더 90은 총 2가지 트림으로 판매되며 가격은 D250 S 8420만원, D250 SE 9290만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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