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아찔한 순간, 가장 뛰어난 최첨단 안전 사양은 인간이었다.
[기자 수첩] 아찔한 순간, 가장 뛰어난 최첨단 안전 사양은 인간이었다.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2.1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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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놓고 고작 몇십초 갈 수 있는 걸 사람들은 자율주행(self-driving)이라고 말한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간다는 테슬라도 별수가 없는데 자율주행(AutoPilot)을 넘어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 FSD)이라며 이 시스템을 고액에 팔고 있다. 대부분 완성차도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을 심지어 반자율주행이라는 해괴한 표현까지 써가며 자율주행스럽게 포장해 사용자를 현혹한다.

그걸 철석같이 믿고 운전대에 헬퍼라는 불법 장치를 달거나 또는 손을 놓고 달리다 죽고 다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알려진 것도 제법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모두 파악해보면 ADAS를 자율주행으로 믿다가 낭패 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자율주행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테슬라다. 테슬라 FSD는 자동주차와 도심 주행, 신호등을 인식하는 것처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ADAS 이상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교차로 회전, 대항차 인식, 차로 변경, 고속도로 진·출입과 같이 아직 대중 브랜드가 쓰지 않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테슬라 FSD는 자율주행 단계를 구분하는 정의에서 레벨 2에 불과하다. 레벨 2는 차선을 따라 유지하고 설정한 속도에 맞춰 앞차와 간격을 지키고 서면 따라서 정지하는 정도다.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어서는 안 되며 만약 사고가 나면 전적으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얼마 전 테슬라 오토파일럿 주행으로 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가 미국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람 책임이 명확한데도 유독 테슬라 차량에서 오토파일럿 관련 사고가 많은 이유가 있다. 스스로 떠벌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오토파일럿, FSD 자체가 자율주행으로 오인할 수 있게 했고 따라서 더 많은 운전자가 이걸 자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대를 일정 시간 이상 잡지 않았을 때 하도록 한 경고 장치를 무력화하는 헬퍼가 처음 등장한 것도 테슬라였다. 역설적으로 ADAS 기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맛을 들이면서 사용 빈도가 많아지고 헬퍼와 같은 유혹에 빠져들기 쉬울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 돌아봐도 아찔했던 경험이 최근 있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최적화했다는 어댑티브 크루즈를 활성화하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잠깐 시선을 돌렸는데 신경질적인 경적이 연속해 들렸다. 

아차 싶은 그 순간에 차로를 두 개나 가로 질러가고 있었다. 다행히 사고가 없었고 짧은 순간이었지만 다시는 이 허접한 자율주행 기분을 절대 내지 않기로 했다. 미국 교통안전국(NHTSA)도 현재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취약점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NHTSA는 라이다, 레이다, 카메라로 무장하고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시스템도 아직은 정차 중 차량 또는 도로 주변 시설물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사고 유형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들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은 여전히 신뢰하기 어려운 초보 수준이라고 봤다. 너무나 생생하게 체험한 것이어서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런데도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적용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제한적으로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레벨 3가 올해 본격 도입될 전망이고 테슬라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을 업데이트해 FSD라는 명칭에 걸맞는 수준으로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NHTSA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레벨 3도 돌발상황이나 정차 중인 차량, 도로 주변 구조물에 완벽하게 대응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그 이상 레벨에 도달하기 전까지 모든 운전자는 안전 사양 역할을 해야할 의무가 있다. 운전하면서 한번은 경험했을 아찔한 순간들이 능동형이니 첨단 안전 시스템이니 하는 것들로 막아 낼 수 있었을지 돌아보기 바란다. 그 아찔한 순간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자동차 최고 안전 사양 '인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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