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상황에서 빛나는 '국산차 직판 방식' 딜러 따로 가격 횡포 원천 차단
의외의 상황에서 빛나는 '국산차 직판 방식' 딜러 따로 가격 횡포 원천 차단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2.15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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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영점과 대리점이 혼합돼 있는 국내 자동차 판매 방식이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차량 가격 통제권을 공급사가 쥐고 있는 국산차와 다르게 공급과 판매권한이 분리된 수입차가 출고 적체를 이유로 멋대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같은 방식이 더 견고하게 정착한 북미 시장에서는 공급사와 딜러간 심각한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갈등 원인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심각한 공급 차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국산차 인기 모델은 계약 후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비인기 모델도 4개월에서 6개월 이상 대기해야 신차를 받을 수 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비인기 모델은 한 달, 선택 품목이나 색상, 트림 등을 조절하면 3개월 이내 출고가 가능한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예외가 없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수입차도 예외가 아니다. 브랜드에 따라 사정이 다른 것은 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BMW, 볼보, 폭스바겐 등 인기 모델 대부분은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신차를 받을 수 있다. 포르쉐 인기 모델은 2년 가까운 인내심을 가져야만 만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차량 가격 인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월 프로모션을 통해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왔지만 작년 후반기부터 그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수입차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딜러사가 자체적으로 제공해왔던 공식 또는 비공식적 할인이 싹 사라졌는가 하면 할인율도 예전 수준 절반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계약서에 차량 최종 인수 가격을 명시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 가격에서 인상될 것이 뻔한 인수 시점에 맞춰 잔금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른 고객 불만이 늘어도 차량을 공급하는 수입사는 판매사인 딜러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못한다. 수입차는 공급만 할 뿐 판매사 가격을 통제할 권한이 많지 않아서다. 수입사 관계자는 "엄격히 따지면 수입사가 딜러가 정하는 차량 가격이나 마진에 간섭할 권리는 없다"면서 "재고가 충분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수입사가 제시한 가격을 지키지 않는 딜러와 종종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산차는 신차 가격에 대한 잡음이 발생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국산차는 완성차 직영점은 물론 대리점까지 완성차가 모든 판매 방식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신차 가격은 물론 독자적 프로모션이나 영업사원 개인 할인, 판촉물 제공 등 모든 과정을 공급사인 완성차 지시에 따라야 한다.

국산차도 신차 가격 할인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건 수입차와 다르지 않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차량 가격을 직접 할인하기보다 포인트 적립이나 캐시백 제공, 할부금리 등 간접 혜택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판매 영업소는 직영점 약 800 곳, 대리점 약 1400여 곳으로 총 2200여 곳이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직영점 비율이 50% 남짓이고 쌍용차는 직영점 한 곳을 제외하면 한국지엠과 함께 전부 대리점을 통해 차량을 팔지만 가격을 포함한 판매 방식은 공급사가 정한다. 공급과 판매가 완전 분리된 미국에서도 국내 수입차와 다르지 않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완성차가 제시하는 권장 소비자가격(MSRP)이 있지만 모든 가격 결정권은 딜러가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을 이용해 일부 딜러가 터무니없는 웃돈을 요구하면서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분석 전문 기관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 80% 이상이 MSRP를 초과한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신뢰도 추락을 우려한 완성차가 공급량을 줄이겠다고 경고하고 나섰지만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신차 웃돈 요구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데다 완성차가 가격을 통제할 아무런 권한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딜러 횡포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에도 완성차가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기 힘든 구조다. 온라인과 같은 새로운 판매 방식이 주목을 받거나 시도되는 가운데 완성차 공급사가 모든 가격 결정권을 완벽하게 쥐고 있는 국산차 판매 방식이 요즘 같은 비상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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