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현대차 세계 최고 전주기 품질 성과 "자만, 삐끗하면 나락"

  • 입력 2022.02.14 10:35
  • 수정 2022.02.14 10:3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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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 dog)." 2004년 일이다. 미국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시장조사 전문기관 제이디파워(J.D.POWER) 초기 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현대차 쏘나타가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를 제치고 1위에 오르자 현지 매체에서 나온 표현이다. 좀 처럼 보기 어려운, 있을 수 없는 일로 봤다. 미국 품질 평가에서 늘 산업 평균 아래 하위권을 맴돌았던 현대차와 기아는 이후 순위가 치솟는다. 2006년 IQS에서 현대차는 전체 37개 브랜드 가운데 3위, 토요타를 제치고 일반 브랜드 1위에 올랐다.

만년 꼴찌에 머물렀던 기아 순위도 꾸준하게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 2016년 일을 내고야 만다. 렉서스와 벤츠,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모두 제치고 종합 1위에 올랐다. 이제 더 이상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  IQS 순위가 1위를 하고 상위권에 오르는 건 특별한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차 계열 품질은 여전히 늘 저평가되고 있다. 신차 품질보다 중요한 게 내구 품질이고 재판매 가치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IQS는 구매한 지 3개월 이내인 신차 불만 건수와 고장 경험 등을 지수화한 것이다.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시장과 소비자는 단기간 보유 경험으로 이뤄지는 새 차 품질에 상대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 보다는 보유 단계 품질 불만이나 고장을 경험하는 건수로 평가하는 내구 품질조사(VDS. Vehicle Dependability Study)가 종합적인 상품성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VDS는 신차를 구매하고 3년 이상을 보유한 고객에게 수 백 개 항목을 묻고 불만과 고장을 경험한 건수를 지수화한다. 따라서 VDS는 시장이 차량 상품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데 결정적인 지표가 된다. 현대차 계열 IQS는 최근 10여 년 사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반면, VDS 순위는 좀처럼 끌어 올리지 못했다. IQS 약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계열 품질이 여전히 낮게 평가된 것도 VDS 순위가 오르지 않아서였다.

2016년 이전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산업 평균 아래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산업 평균을 넘어서며 현대차가 9위, 기아가 10위에 오른 이후 순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아가 렉서스와 포르쉐에 이어 3위에 올라 일반 브랜드 1위(현대차 7위)에 오르더니 올해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을 뒤집어 버렸다. 제이디파워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 VDS에서 기아는 전체 브랜드 1위, 현대차는 3위,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과거 미국 유수 기관 품질 평가에서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와 닛산이 자리를 바꿔가며 상위권을 독식한 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국산차가 연출했다. 더는 내구 품질에 대한 의심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에도 허세 소비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실용 가치를 가장 먼저 보고 선택한다.

고장이 나지 않는 차, 그리고 픽업 트럭과 같이 다양한 용도에 활용할 수 있는 차가 잘 팔린다. 토요타와 같은 일본산 자동차가 북미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가장 큰 비결도 내구성이었다. 신차와 내구 품질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건 중고차로 되팔 때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재판매 가치다.

재판매 가치 평가에서도 현대차 계열은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다. 미국 최대 중고차 바이블로 불리는 캘리블루북 베스트 바이 어워드 2022(Best Buy Awards of 2022)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총 17개 부문에서 5개 차종이 선정됐다. 미국 최대 소비자 단체 컨슈머리포트 2022 베스트 바이 어워드(2022 Best Buy Award)에서는 현대차 5개, 제네시스 3개, 기아 5개 모델이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 계열 재구매 가치가 상승한 것은 자동차 생애 전주기 품질이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철옹성 같았던 토요타는 지난해 순위를 조금 끌어올렸지만 2020년 IQS에서 산업 평균 아래로 추락했고 렉서스는 지프에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그리고 더 견고해 보였던 토요타 내구 품질은 지난해 기아에 밀려나더니 올해 국산차 모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현대차 계열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게 경영진 성과만으로 평가 받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개발하고 있는 일부 신차가 최고 경영진 말 한마디에 전면 수정되면서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서 하는 얘기다. 제품 기획과 디자인,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는 현장 직원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 즉흥적이고 독단적인 최고 경영자와 고위 임원 말 한 마디가 독이 된 사례는 현대차 그룹 역사에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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