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차 한 대" 美 완성차, 터무니없는 가격 요구하는 딜러 공급 중단 경고

  • 입력 2022.02.13 09:52
  • 수정 2022.02.15 10: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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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공급량 부족이 이어지면서 신차 딜러에 대한 불만이 소비자에 이어 공급사인 제작사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제작사와 유통, 판매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지만 신차 가격은 제작사가 제시하는 권장 소비자 가격 MSRP(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에 맞춰 대부분 그 아래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를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신차를 파는 딜러가 늘어나면서 양측간 갈등이 시작했다. 판매 경쟁을 위해 MSRP보다 낮게 가격을 설정해왔던 딜러들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감소와 공급 차질로 재고가 바닥나자 신차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리면서 소비자 원성을 사고 있다.

제작사들은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소비자 불만을 우려해 MSRP 이상 가격을 받는 딜러에 공개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포드와 지엠(GM)은 최근 일부 인기 모델을 MSRP보다 최대 수천 달러 웃돈을 청구한 딜러에 '비윤리적'이라며 이런 행태를 계속하면 일부 모델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이겠다며 강력 경고하고 나왔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 인기 모델에 많게는 소형차 한 대 가격에 맞먹는 1만 달러(약 1200만 원) 이상 웃돈을 주고 구매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소비자 불만은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MSRP를 초과해 자동차를 파는 일이 미 전역 자동차 딜러 업계에 워낙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일이어서 제작사 공급 중단 경고는 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시장분석 전문 기관 에드먼즈닷컴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 80% 이상이 MSRP를 초과한 금액을 지불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대치가 2.8%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부분 소비자가 수백 만 원 이상 웃돈을 주고 신차를 구매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포드와 지엠뿐만 아니라 아시아 업체에서도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제작사 경고에도 대형 딜러 소매가격 인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2개월분에 달했던 재고가 요즘 20일분으로 급감하자 '부르는 게 값'인 신차 가격을 딜러가 포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딜러들의 터무니없는 웃돈 요구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테슬라와 신생 전기차 업체가 딜러를 배제한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고 기존 업체들도 일부 모델에 시범적으로 도입해 의존도를 낮추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제작사가 판매 방식을 재편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 딜러 영향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공급 부족이 터무니없이 가격을 인상하는 딜러와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으로 브랜드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는 제작사간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생산과 유통, 판매를 제작사가 통제하는 국내 시스템이 새롭게 조명을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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