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2022년형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하이라이트는 '선을 넘은 것'
[시승기] 쉐보레 2022년형 트래버스 하이컨트리 하이라이트는 '선을 넘은 것'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2.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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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가 파는 수입차 종류가 많아졌다.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100% 공유할 수 있고 신중하게 들여온 만큼 실적도 나쁘지 않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한국지엠이다. 쉐보레 브랜드 이쿼녹스와 트래버스 그리고 콜로라도와 같이 한국 시장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모델을 들여와 틈새를 공략한다. 

이 가운데 콜로라도는 수입 픽업트럭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또 주목받는 모델이 초대형 SUV 트래버스다. 부분변경 출시를 앞두고 있었고 물량 공급에 일부 차질이 있어 최근 주춤했지만 지난해 월평균 300대 이상, 누적 3483대를 팔았다. 동급 수입 SUV 가운데 단연 돋보인 실적이다. 같은 기간 기아 모하비도 1만 대를 조금 넘겼을 정도로 시장이 원래 작다.

트래버스가 위치한 시장 수요로 봤을 때 작년 실적이 절대 작지 않았다. 쉐보레가 2022년형을 투입하면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트림이 최고급형 하이컨트리다(High Country. 가격 6430만 원). 스페셜 에디션 레드라인(Redline)이 역동성을 강조했다면 하이컨트리는 차분하면서 격조가 있는 화려함 즉, 기품을 살린 모델이다.

부분변경으로 이뤄진 변화도 크다. 전체적인 골격과 구성은 다르지 않지만 변화는 세세한 곳,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졌다. 헤드램프와 주간전조등과 방향지시등을 품은 램프가 위아래 자리를 바꿨고 ‘ㄱ’자 모양 LED 보조 주간 주행등이 추가됐다. 이전보다 안정적인 자세가 느껴지고 듀얼 포트 그릴을 가로지르는 무광 크롬을 더 촘촘하게 배치해 짜임새를 높였다.

측면에서는 1열 도어에 트래버스가 아닌 하이컨트리 레터링 그리고 전용 20인치 알로이 휠로 최고급 트림다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 밖에 루프랙 디자인, 블랙 바깥 선이 감싸고 있는 테일램프, 다른 트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크롬 라인과 황금색 보타이로 마무리한 후면부도 고급스럽다. 실내 차이는 1열 도어 실프레이트와 헤드레스트에 각인된 하이컨트리, 시트 재질에 차이가 있는 정도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은 2022년형 트래버스 하이라이트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한 번 페어링하면 선을 연결하는 불편 없이 트래버스 8인치 내비게이션을 통해 폰 프로젝션이 이뤄진다. 더 선호하는 길 안내, 음악,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일정, 전화를 주고받는 일이 훨씬 수월해지고 안전해진다. 뛰어난 기능에도 매번 선을 연결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평소 써볼 엄두를 내지 않았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하나가 살아난 셈이다.

트래버스가 지적을 받아왔던 안전 사양도 대폭 보강됐다. 간격을 유지하고 정차 후 재출발이 가능한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카메라 4대로 주변 360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대표적인데 이게 다 기본 품목이다. 트래버스 가격 인상을 지적하는 얘기가 많은데 경쟁차로 자주 지목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사륜구동만 추가해도 트래버스 LT 리더(5470만 원)와 가격이 비슷해진다.

고속도로 고속 주행, 도심 도로 정속 주행을 할 때 15개나 되는 능동형 안전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차선을 넘었다는 경고도 시트 햅틱으로 이뤄진다. 경박하지 않아서 좋았다. 1열에 있는 센터 에어백,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 헤드업 LED 경고등과 같은 안전 사양은 경쟁차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다.

도심 승차감이 이전과 달랐다. 상하 움직임이 강했고 이 때문에 어지러움이나 멀미를 지적하는 일이 꽤 있었는데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굽은 길을 빠르게 돌아 나갈 때도 차체 거동이 심하지 않았다. 특히 5230mm나 되는 전장과 긴 축간거리(3073mm)를 가진 구조적 특성으로 후미 추종감이 떨어졌던 예전과 확실히 다르게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이다.

쉐보레는 5-링크 서스펜션 튜닝을 얘기했다. 이전 트래버스는 오프로드에 서스펜션 감성 무게를 더했지만 지금은 도심에서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느끼게 강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굽은 길에서 거칠게 회전을 시도해도 예전과 같이 쉽게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도 그 덕분으로 보인다.

3.6ℓ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 쏟아내는 최고 출력은 314마력, 최대 토크는 36.8kgf.m에 달한다. 이 힘이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 전륜ㆍ후륜 구동을 상시 전환할 수 있는 스위처블 AWD로 제어되면서 대배기량다운 발진과 가속의 재미를 선사한다.

바뀐 것은 없지만 트래버스 공간은 다시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압도적 휠베이스로 확보한 실내는 2열 캡틴 시트, 2열과 3열 높이가 다르지 않은 평평한 바닥, 3열을 접지 않아도 651ℓ나 되는 트렁크 기본용량 모두 만족스럽다. 3열을 자랑하는 SUV 대부분이 3열을 접지 않으면 여행용 가방 하나 수납하기가 버거운 걸 자주 봤기 때문이다.

트래버스는 전동식 버튼으로 간편하게 접고 펼 수 있는 3열을 젖혀 놓으면 1636ℓ, 내친김에 2열까지 접으면 2789ℓ라는 광활한 바닥 평평한 공간이 나온다. 트렁크 바닥에 제법 큰 스토리지도 숨겨져 있어 덩치나 키 상관없이 누구나 차박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트레일링을 위한 편의 장치가 충분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범퍼에 감춰진 히치 리시버와 커넥터, 후방 카메라를 통해 정교하게 제공되는 실시간 영상으로 쉽고 빠르게 트레일링이 이뤄진다.

<총평> 쉐보레는 지난해 잡혔던 전기차 출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맥이 빠져 있었다. 그러나 트랙스를 시작으로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래버스, 타호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 여기에 픽업트럭 콜로라도로 진용을 짜면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신형 트래버스가 볼륨을 키울 세그먼트는 아니겠지만 쉐보레가 힘을 회복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쉬운 것도 있다. 스티어링 휠이 덩치와 맞지 않게 경망스러웠다. 고속에서 좀 더 무게감이 실렸으면 좋겠다. 센터 디스플레이가 왜소한 데다 터치에 반응하는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3열 탑승을 위한 2열 개구부는 여유가 있지만 2열 시트 조작이 부드럽지 않아 제법 힘을 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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