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전기차 몰고 일본 가는 현대차 가로막을 수많은 복병들

  • 입력 2022.02.08 10:07
  • 수정 2022.02.08 10: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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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보수적으로 바라봤던 일본이 변하고 있다. 작년 전기차 수요가 전년보다 3배 증가했다. 증가폭은 크지만 시장 규모는 주요 선진국 대비 초라하다. 작년 연간 판매 대수는 8610대다. 일본은 미쓰비시 아이미브(i-Mive), 닛산 리프(Leaf)로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가장 먼저 양산 전기차를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두들겼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로 충분하다는 일본 자동차 제작사 고집과 자국 제품에 유난스럽게 집착하는 소비 성향이 맞물려 최근 몇 년 전기차 위주로 급변한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고 있다. 북미와 유럽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정책과 소비, 환경 규제가 전기차 중심으로 가는데 토요타와 혼다, 닛산은 별 대응을 하지 못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600만 대를 돌파했다. 이 큰 시장에서 일본산 점유율은 1%가 되지 않는다. 그 사이 현대차, 폭스바겐, 지엠(GM)과 같은 대량 제작사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를 쏟아내고 테슬라 연간 판매량이 100만 대에 접근했다. 일본도 하이브리드만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 변화가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제작사가 아닌 정부와 소비자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도 어쩔 수없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절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내연기관차 판매를 막는 일도 준비하고 있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작년 80만 엔(약 830만 원)으로 상향해 대중화 지원에 나섰다. 

일본 정부와 소비자가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지원을 늘리기 시작하자 신이 난건 수입사들이다. 팔 물건이 마뜩지 않은 토요타와 혼다, 닛산보다 초기부터 일본 시장을 두드린 테슬라는 물론 폭스바겐과 벤츠, BMW, 지엠까지 그리고 현대차도 전기차를 앞세워 텅 비어있는 시장을 노리고 있다.

관심은 현대차에 쏠린다. 현대차는 13년 전 철수한 일본에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 전기차 넥쏘로 다시 진출한다. 2001년 진출해 2009년 철수할 때까지 누적 1만 5000대라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지만 변변한 자국산 모델이 없는 전기차 시장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현대차가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은 수두룩 하다.

우선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작년 5200대를 팔았다. 전년 판매 대수 1900대와 비교해 일 년 만에 배가량 증가했는데 대부분을 젊은 층이 사들였다. 테슬라는 시장 선점을 위해 주력 모델3 가격을 대폭 낮추는 강수도 쓰고 있다. 일본 젊은층은 우리와 같은 테슬람으로 불리며 부족한 공급량에 애를 태우며 줄을 서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층일수록 '전기차=테슬라'라는 공식을 갖고 있다. 

테슬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도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중국 브랜드도 대거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 큰 장벽은 전기차를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과거와 다르게 토요타와 혼다 그리고 닛산이 경쟁력을 갖춘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바루, 미쓰비시, 마즈다 등도 동맹과 제휴를 통해 양산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산 토종 전기차가 나오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자국산 충성도가 유별난 일본 소비자 취향까지 붙잡아야 한다. 전량 온라인 판매라는 선택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은 행정은 물론 제품을 사고 파는 과정 역시 지나칠 정도로 보수적인 나라다. 실물 검증없이 온라인으로 그것도 현대차를 구매할 일본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 수입차 점유율은 8%대에 불과한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시장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간 정서의 문제까지 있다. 산 넘어 산이 나올 듯한데 넘어야 할 산이 제법 높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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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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