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제네시스 G90, 놀랍도록 정숙한 '고요의 바다'...아쉬운 바디감

  • 입력 2022.01.13 12:00
  • 수정 2022.01.20 10: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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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여닫는 것부터 보통 사람은 낯설다. 안쪽 손잡이 대신 버튼으로 1열과 2열 문을 여닫는다. 버튼을 누르면 쇼퍼드리븐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앞 열 시트가 최대한 고개를 숙이고 2열이 눕혀지면서 발과 정강이를 받치는 판이 올라온다. 자동차 안에서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안락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더한 것도 있다. 12개나 되는 공기주머니가 전신, 허리, 골반, 상체  모드로 마사지를 해 준다. 시트와 천장, 암레스트를 감싼 소재들은 고급스럽게 세련됐다. 암레스트에는 소지품을 넣고 커버를 닫으면 각종 세균을 박멸하는 UV-C LED 램프도 있다. 답답했던 측면 시야도 크고 작은 쿼터 글라스 두 개로 확 터놨다. 이게 다 그제 만난 완전변경 제네시스 G90 후석 얘기다.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용인에 있는 제네시스 수지까지 G90 쇼퍼드리븐 체험을 했다. G90 2열은 타고 내릴 때 편의, 시트가 품고 있는 기능, 한없이 넓은 공간과 탁 트인 시야, 고급스러운 소재까지 완벽했다. 또 음악이나 소리라는 것에 문외한이어도 23개나 되는 스피커로 구성한 뱅앤올룹슨 프리미어 3D 사운드 시스템이 들려준 ‘보스턴 심포니 홀' 사운드는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했다.

이런 만족스러움이 운전석에 낮으면 욕심으로 변한다. 3.5 T-GDi 파워트레인은 틀림없이 박동수가 클 텐데 전혀 낌새가 없다. 대배기량 엔진이 380마력에 이르는 최고 출력, 54.0kgf·m나 되는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데 움직임이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엔진 회전수를 높여봤는데도 정지한 때 떨림과 소리가 그대로 유지됐다. 

달릴 때도 다르지 않다. 전방위적 N.V.H로 엔진룸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음을 적극적으로 차단했고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이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낚아채고 있다. 무엇보다 G90은 쿼터 글라스를 포함, 사방 전체에 이중 흡차음유리를 썼다. 그러니 대형 트럭이 요란스럽게 지나가도 소리에 대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소리뿐이 아니다. 온갖 사양이 다 적용된 시승차(4인승)에는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과 능동형 후륜 조향이 포함됐다.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은 기존 에어서스펜션이 가진 거동성과 조종 안정성이 보완되면서 G90 승차감을 확 달라지게 했다. 주행 조건과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에어 스프링 강성을 3단계로 조절하기 때문에 1열과 2열 하체 감성에도 차이가 있다. 앞에 방지턱이 있으면 전륜 차고를 10mm 상승 시켜 상하 바운스를 최소화해주기도 한다.

험로에 진입하면 전ㆍ후륜 차고가 25mm나 높아진다. 수입 프리미엄 세단에 가끔 등장했던 후륜 조향도 G90에 처음 적용됐다. 회전각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후륜 조향은 앞바퀴가 돌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뒷바퀴가 최대 4도까지 돌아가는 장치다. 회전 반대 방향으로 후륜이 돌며  밀어주기 때문에 전장 5m가 넘는 G90는 유턴을 할 때 차로 3개를 다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회전반경이 작았다.

쇼퍼(Chauffeur) 모드도 인상적이다. 제동감을 원하는 취향에 맞춰 3가지 선택이 가능한데 변별력이 제법 있다. 이 모든 걸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G90가 알아서 해 준다. 아쉬운 것도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 BMW 7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플래그십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이 부족하다.

이들 차는 중량감을 느끼면서 가볍게 치고 나가는 맛이 있지만, G90는 그게 없다. 가벼운 놀림은 좋지만 무게감이 없어 고급차, 대형차를 몬다는 감성이 부족했다. 놀랍도록 정숙하고 힘도 충분했으며 편의, 안전사양도 완벽했지만 결정적으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바디감(body感)'이 아쉬웠다.

겉과 속에 있는 감성 사양도 풍부했다. 전체적으로는 절개부를 최소화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보통은 크게 후드와 휀더, 도어와 트렁크, 범퍼를 나눠 구성하는데 G90는 후드와 앞쪽 휀더를 하나로 찍어냈다. 외관이 준수해진 이유다. 여기에  상ㆍ하향 램프와 주간 전조등, 방향 지시등을 품고 있는 헤드라이트는 모듈 1개당 2백여 개 마이크로옵틱 렌즈를 적용하고 두께도 얇아져 프런트 뷰를 간결하게 했다. 크레스트 그릴 아래 꼭지를 에어인테크 홀까지 잡아 내리고 차명과 엠블럼, 램프 등 뒷쪽에 있는 구성품 위치를 조금씩 내려 전체적으로 노면과 밀착감을 높인 것도 보기가 좋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유리하고 알루미늄으로 간결하고 고급스럽게 마감한 콘솔부, 신문 폐지를 압축해서 만들었다는데도 진짜처럼 보이는 대시보드 우드 패널, 전통 상감 기법을 응용한 도어 트림 가니쉬도 적용했다. 다이얼 변속기는 후진(R) 기어로 들어 갈 때 살짝 진동이 느껴지게 했다. 오동작을 방지하기 위한 건데, 이보다는 뭔가 한 번 걸리는 느낌, 예를 들면  2회 이상 반복 조작으로 후진 변속이 이뤄지게 하면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자동주차 기능 포함, 현재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첨단운전 보조시스템이 총 망라돼 있다. G90 가격은 기본모델 기준 9100만 원, 시승차는 퍼스트 클래스 VIP 4인 시트가 적용돼 1억3000만 원을 넘긴 모델이었다. 롱휠베이스는 1억 6557만 원이다.

<총평> 국산 프리미엄 초대형 세단 완성도가 진보했다는 것을 G90가 보여줬다. 디자인 차별화가 확실하게 이뤄지면서 자기 영역을 구축했고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받쳐 줄 첨단 주행 사양도 잘 갖춰놨다. 무엇보다 정숙함과 서스펜션 감성이 인상적이다. 이건 S 클래스, 7시리즈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그러니 회장님도 직접 운전 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쇼퍼드리븐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뒷자리에 머물면 후회할 수 있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중량과 상관없이 경쟁차가 보여주는 바디감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제 그런 것도 채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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