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차 혹은 쉐보레가 인증한 중고차 새해에는 살 수 있을까?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12.26 07:39
  • 수정 2021.12.26 07:42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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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가 내년 1월 인증 중고차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2019년 2월 중고차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후 중소벤처기업부(이후 중기부)가 재 지정을 추진하면서 완성차 중고차 진출은 그동안 논란이 됐다. 그 사이 동방성장위원회 생계형 지정 부적합 판정 내용이 중기부에 제출되고 법적으로 6개월 이내에 결정했어야 할 사안을 무려 2년이나 끌고 왔다.

중기부는 심의위원회에 사안을 넘겨 결론을 내려야 했지만 이를 미적대면서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계속 입었고 완성차는 인증 중고차를 시작도 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여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는 실패했고 중기부가 다시 중재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했다. 중기부가 법적으로 진행해야 할 사안을 중소업종 명분을 내세워 소극 대처하면서 심각한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지금의 상황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법적, 제도적 한계 없이 방치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을지로위원회 상생협력위원회 좌장으로 전체 중재를 하면서 힘들게 마련한 중재안이 중고차 단체 비협조로 무산된 상황에서 중기부가 보여준 편협하고 책임없는 행정이 지금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비난과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상황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가 완성차 업계 중고차 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중고차 분야는 소비자 피해가 가장 심각하고 개선 여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아무 의미가 없는 중소기업 보호 명분으로 무작정 자기주장만 내놓고 우겨왔다. 반면 소비자 단체는 완성차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 등 다양한 혁신을 요구하면서 중고차 쇄신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요구를 묵살한 중기부에 소비자 단체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에 중기부 감사를 청구해 중앙정부 책임을 묻고 법에 따른 제재를 가하겠다는 취지이다. 당연한 일이고 중기부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중기부가 지금까지 해온 역할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적으로 2년을 넘기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부분은 고사하고 아직도 미적대는 부분에 대해서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

동반위가 부적합 판정을 낸 보고서가 있고 중기부는 심의위원회에 넘겨 결론만 지으면 끝나는 문제를 아직도 눈치를 보면서 대선 이후로 끌고 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결격사유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위한 중요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도리어 정치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장관을 비롯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담당 공무원에게도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글로벌 선진국 가운데 완성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막는 나라는 없다. 지금도 이미 2년 전 중고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일몰 이후 완성차 진출에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완성차가 지금까지 진출을 자제한 이유는 사회적 책임과 부작용을 우려해 상생을 통한 해결책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현 정부 노동자 프랜들리 정책과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완성차와 중고차 상생 협의 과정에서 마련한 중재안은 연간 약 250만대 규모인 중고차 거래 대수 기준 4년에 걸쳐, 매년 3, 5, 7, 10%로 점차 확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완성차는 최대 10% 점유율로 제한하고 국토부 산하 한국중고차협회를 만들어 검증기관으로 활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중재안은 골목상권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중고차 업계를 보호하는 동시에 형평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게 했다.

동시에 소비자는 다양한 중고차 선택권을 보장받아 낙후한 중고차 분야를 쇄신한다는 의미도 담았다. 이미 SK엔카나 K카 등 대기업 기반 중고차 사업이 활발하고 수입차는 아무 제한 없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마당에 국내 완성차만 진출하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중재안을 중기부가 수용하면 최적의 결정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잡아주는 완성차 진출로 소비자를 위한 중고차 시장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고차는 신차 딜러권 요구나 연간 거래 대수 110~120만대 기준 제시 등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지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완성차 업계 진출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중기부가 중고차 업계 요구를 암암리에 수용하는 건 중앙정부 책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소비자 권익과 직접 관련된 핵심 중대사를 중앙정부가 대책 없이 가져가는 부분은 문제다. 소비자 단체는 당연하고 신속하게 감사원 청구로 중기부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으로 중고차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년 초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 다른 것이다. 새해에는 더 이상 중고차 거래로 입는 피해없이 국내 완성차가 엄격한 품질로 인증한 중고차를 소비자 누구나 구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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