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이슈 결산 #5] 지지리 주인복 없는 '쌍용자동차' 또 삐걱 거리는 협상

  • 입력 2021.12.17 09:05
  • 수정 2021.12.17 09: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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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를 뒤덮은 안개가 좀체 가시지 않는다. 인수 우선협상자에 에디슨 모터스가 느닷없이 인수가를 내려 달라고 요구하면서 자금력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연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인수 협상 마무리는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해 12월 쌍용차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인수 우선협상자를 결정한 것 말고는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코로나 19 팬더믹에 가려져 있지만 쌍용차는 지금 절박하다.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대응할 시기를 놓치면서 인수 협상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쌍용차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은 인도 마힌드라다. 2010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힌드라는 대대적인 투자로 쌍용차를 정상화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직접 투자한 건 딱 한 차례 400억 원에 불과하다.

마힌드라는 코로나 핑계를 대며 약속한 신규 투자는 물론 은행 차입금도 제때 갚지 않았다. 그 사이 골병이 든 쌍용차는 2009년에 이어 두 번째 기업 회생절차라는 악순환에 빠졌다. 쌍용차 한 임원은 마힌드라가 투자를 피하면서도 대주주 위치를 고수하는 바람에 기업 회생 절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1년이라는 시간, 쌍용차는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회생을 위해 몸부림쳤다. 노조가 전격 수용해 전 직원이 순차적으로  무급 휴업에 들어갔고 임금 삭감, 복리후생 중단, 단체 협약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작했다. 유휴자산을 매각해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쌍용차 자구안은 임직원 모두 회사 존립을 위한 희생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최소한의 생존 의지를 천명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에 앞서 4월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그리고 6월 입찰공고와 함께 매각 일정과 절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최종 우선협상 대상자는 가장 유력했던 미국 HAAH가 손을 떼면서 10월 에디슨 모터스 컨소시엄으로 결정됐다.

에디슨 모터스 컨소시엄은 사모펀드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세미 시스코로 구성됐다. 키스톤 PE는 기업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운영사, 세미 시스코는 초소형 전기차 제조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에디슨 모터스는 한국하이바를 전신으로 한 버스 전문 제조사다. 특히 전기 버스와 1t 소형 트럭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

에디슨 모터스는 자사가 가진 배터리 관리시스템(BMS)과 플랫폼으로 내년 출시 예정인 순수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2030년 30만대 판매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동시에 내연기관차 20만대, 하이브리드카는 5만 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에디슨 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에 필요한 자금 8000억 원 확보에 문제가 없고 인수 작업을 완료하면 유상 증자와 에디슨 모터스 지분 매각으로 추가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에디슨 모터쇼 자금 조달과 신차 개발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택에 있는 쌍용차 용지 매각으로 얻게 될 막대한 가치를 노린 것, 쌍용차가 가진 기술에 더 관심이 많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런 의심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 평택 공장을 담보로 8000억 원 대출을 요구하면서 짙어졌다.

최근에는 쌍용차 정밀 인수 후 추가 부실 발견을 이유로 인수 대금 조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협상 자체가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에디슨 모터스가 공언하는 2030년 30종 전기차 개발 계획은 업계에서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쌍용차 내부에서는 그간의 자구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원 모두가 회사 존립을 위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을 버텨내고 있다”라며 “우리한테 지금 중요한 것은 말이나 화려한 목표보다 가장 현실적이고 믿음을 주는 주인”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회생을 위한 마지막 인수 작업이 해를 넘기게 됐지만 1986년 동아자동차에서 쌍용그룹, 2005년 중국 상하이자동차, 2011년 인도 마힌드라까지 매번 잘못 만난 주인 때문에 격동의 시간을 보낸 쌍용차가 새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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