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이슈 결산 #1] 반도체에 발목 잡힌 자동차, 현대차그룹 세계 4위 유력

  • 입력 2021.12.13 09:53
  • 수정 2021.12.13 10:0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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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역사 130년에서 산업을 멈춰 세울 건 석유뿐이라고 봤다. 누구도 이 좁쌀만한 '차량용 반도체(Automotive semiconductors)'가 공장문을 닫게 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해 초 본격화하면서 2월에만 전세계에서 가동을 멈춘 공장이 80곳을 넘었다. 하반기 공급망 정상화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2021년 한 해 동안 반도체 부족은 풀리지 않았고 2022년 상반기를 지나야 가능한 일로 전망되고 있다. 2021년 자동차 산업 이슈 결산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를 짚는 것으로 시작한다. 

반도체 부족 사태 원인은 다양하게 지목됐지만 수요 예측을 잘못한 탓이 가장 크다.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전, 인터넷 통신, 게임, IT 기기 소비가 늘면서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자동차는 그러나 산업 수요가 줄 것으로 보고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다. 예상과 달리 자동차 신규 수요가 늘자 이에 맞춰 여기 저기 파운드리(Foundry)에 추가 생산을 요구했지만 돈이 되는 쪽에 집중하면서 차량용 반도체에 병목이 발생했다. 

자동차에 가장 많이 사용하며 절대적으로 필요한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공급이 막히면서 연초 포드와 지엠(GM), 혼다, 스텔란 티스, 도요타, 폭스바겐 등 대량 생산 업체 공장들이 생산량 감축에 나섰는가 하면 아예 가동을 멈추는 일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올 한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옥죄고 있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자 암울한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11월, 반도체 부족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 생산 차질이 올해 1000만 대 이상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글로벌 컨설팅사들은 연초만 해도 올해 자동차 생산량 감소를 대부분 400만대로 봤다. 그러나 1200만 대까지 생산량이 줄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최근 내 놓고 있다. 잘 버텼던 국내 상황도 하반기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더믹에도 자동차 상승세는 2020년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상반기 우리나라 자동차는 총 367만 대를 팔아 전년 대비 22.3%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후반기 상황은 다르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면서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일이 이어져 상반기 실적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4.1%로 줄었다. 비중이 큰 수출에 집중하면서 국내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 이어져 국내 판매는 같은 기간 11.5% 줄었다. 문제는 10월 이후, 수출까지 급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11월 국산차 국내 판매는 14.2%, 해외 판매와 수출은 15.2%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까지 그럭저럭 버텨왔던 생산이 4분기 악화하기 시작했고 2022년 1분기까지 전략적이고 선택적인 생산 체제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적 전략에 맞춰 특정 지역과 모델에 반도체를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반도체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쟁사 부진으로 국내 기업 순위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3분기 기준 현대차 그룹 생산 순위는 미국 지엠을 제치고 일본 토요타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생산량이 급감하고 스텔란티스, 르노-닛산 동맹과 격차가 크지 않아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글로벌 생산 예측량이 계속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국내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9월 내놓은 2021년 자동차산업 수정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수 184만 대(국산 151만 대, 수입 33만 대)를 예상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월 현재 내수 누적 판매량은 수입차 포함 155만 대를 조금 넘겼다.

여기 저기에서 나오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장기화 전망 근거는 자율주행과 첨단화 추세로 지금까지와 다른 규모로  신규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평균 300개, 많으면 400개 정도지만 최근 전기차 전환에 따른 첨단화와 자율주행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대당 소비량이 1000여 개까지 증가하게 된다. 반도체 전장이 확전할 것이 분명한데도 길게는 8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리드 타임 주기로 봤을 때 당분간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 뻔해졌다.

따라서 올해는 물론 2022년 새해 자동차 경쟁도 반도체로 시작해 반도체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재고량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가장 길게 가져간 토요타는 덕분에 세계 1위 자리를 더 견고하게 가져갈 것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미국 지엠과 포드 부진으로 현대차 그룹이 스텔란티스와 르노 닛산 동맹 가운데 하나를 제치고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4위권으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편, 장기적으로 현대차 그룹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 내재화를 생각하는 건, 당장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려는 전략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mordorintelligence)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0년 374억 달러(약 44조 원)에서 2026년 1012억 달러(약 1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키우겠지만 동시에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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