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로 알아보는 전기차 상식] #06. 버려지는 것까지 회수하는 지능적 열관리

전기차는 단순한 냉각 기능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지능적으로 열을 관리하고 활용한다.

  • 입력 2021.11.24 07:54
  • 수정 2021.12.01 01:44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연기관은 엔진이 작동하는 동안 내부 혼합기가 계속 폭발한다. 폭발은 곧 열이 생긴다는 뜻이고, 엔진은 적정 온도를 유지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냉각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엔진에서 생기는 열은 엔진 내부 통로(워터재킷)를 흐르는 냉각수로 전달되고, 냉각수가 품은 열은 라디에이터를 통과하며 식은 뒤 다시 엔진으로 돌아간다.

전기차에서는 엔진처럼 높은 온도의 열이 생기는 요소는 없다. 그러나 작동 과정에서 열이 생기는 부분들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기차라 해도 냉각은 필요하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열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만 단순히 뜨거워진 부품이나 요소를 식히는 차원이 아니라,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는 열 관리 또는 열 제어 차원에서 관리한다고 보는 것이 좋다.

SK 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팩은 여러 셀을 모은 모듈을 다시 여러 개 묶어 만든다
SK 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 팩은 여러 셀을 모은 모듈을 다시 여러 개 묶어 만든다

전기차의 열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배터리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사실 작은 배터리를 많이 모아 놓은 '배터리 팩'이다. 배터리의 가장 작은 단위를 셀(cell)이라 하고, 셀 여러 개를 묶어 모듈(module)을 만들고, 다시 모듈 여러 개를 묶어 팩(pack)을 만든다. 이처럼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 때문에, 배터리 팩의 열 관리는 까다롭고 중요하다.

배터리는 주로 방전할 때 즉 충전된 전기 에너지를 배터리 밖의 전기장치로 내보낼 때 열이 생긴다. 아울러 방전 속도가 빠를수록 더 많은 열이 생긴다. 이는 배터리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의 결과다. 그런데 이와 같은 화학작용은 온도의 영향을 받는다. 온도가 낮으면 화학작용이 약해져 전기 에너지를 제대로 내보내지 못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화학작용이 강해지고, 특정 온도를 넘어서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해져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폭발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온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고 수명이 짧아지기도 한다.

이는 개별 셀의 문제기도 하면서 모듈이나 팩 단위의 문제기도 하다. 배터리 셀은 같은 설계와 구조, 공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거의 비슷한 성능과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셀의 성능과 특성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만약 모듈을 이루는 여러 셀 가운데 불량품이 들어있다면, 그 셀 때문에 모듈이나 팩 전체의 성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우디 e-트론 GT 콰트로의 배터리 팩. 복잡한 구조만큼 냉각계통도 복잡하다
아우디 e-트론 GT 콰트로의 배터리 팩. 복잡한 구조만큼 냉각계통도 복잡하다

예를 들어, 모듈을 이루는 셀의 온도 차이가 크면 셀마다 충방전 속도가 달라져 모듈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셀 하나가 과열되면 옆에 있는 셀들로 열이 전달될 수 있다. 이때 셀에서 생기는 열이 안정적인 온도 범위를 넘어서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셀 불량이나 기타 원인으로 지나치게 온도가 높아지면 주변 셀이 연쇄적으로 과열되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

물론 배터리 팩은 그럴 가능성을 고려해 최대한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성능이 유지되도록 만들어지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그래서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은 모듈별 온도 차이를 최소화하면서 배터리 팩 전체 온도를 성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유지하도록 만들어진다.

배터리 팩 냉각 시스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일부 전기차에는 공랭식이 쓰이기도 하고, 냉매를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그러나 요즘 전기차는 대부분 액체 냉각재가 배터리 팩 내부의 냉각회로를 순환하는 액랭식이 많이 쓰인다. 이때 쓰이는 액체 냉각재는 열 전도도와 열 용량,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고려해 성분을 조정한다. 액랭식은 배터리 팩의 크기와 무게를 늘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효과적으로 배터리의 열을 관리할 수 있어 안전하다.

메르세데스-AMG 전동화 모델에 쓰이는 고성능 배터리 팩. 발열이 많은 만큼 냉각에도 신경을 썼다
메르세데스-AMG 전동화 모델에 쓰이는 고성능 배터리 팩. 발열이 많은 만큼 냉각에도 신경을 썼다

충전 중에도 배터리에는 열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속 또는 급속 충전을 위해 높은 전압과 공급용량을 쓸 때에는 완속 또는 저속 충전할 때보다 높은 열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충전 과정에서는 충전 시스템이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서 전기 흐름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므로, 정상적인 충전 상태에서는 열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배터리 성능과 수명 저하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구동에 쓰이는 전기 모터도 작동 중에는 열이 난다. 이는 모터 내부의 전기 흐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주로 모터 내부에 있는 코일에서 생긴다. 모터에서 생기는 열이 알맞게 식지 않으면 모터의 핵심 요소인 자석의 자력이 약해져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전기 모터에서도 냉각은 중요하다.

일반적인 경우 이렇게 생긴 열은 모터를 이루고 있는 부품을 통해 전달되어 모터 외부로 발산된다. 그러나 모터의 소형화와 고성능화에 따라 모터에서 생기는 열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공랭식 시스템이 아닌 고성능 냉각 시스템도 등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E-GMP 플랫폼의 동력계. 전기 모터의 고성능화와 더불어 모터 냉각 특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E-GMP 플랫폼의 동력계. 전기 모터의 고성능화와 더불어 모터 냉각 특성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서는 모터 외부를 냉각회로가 감싸고 액체 냉각재가 순환하며 열을 식히는 방식이 주로 쓰이는데, 일부 모터는 냉각회로가 모터 내부를 통과하는 것도 있다. 여기에 쓰이는 액체 냉각재는 냉각수도 있지만,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 오일을 사용하는 것도 있다. 아울러 몇 가지 냉각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을 쓰는 것도 있다.

그런데 열도 에너지인 만큼 버리는 것보다 최대한 회수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기차의 열 관리 시스템이 단순히 냉각 기능만 하지 않고,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열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라도, 열 관리 차원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보다 훨씬 더 지능적이고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