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 고성능 코나 N 제대로 즐기려면 '정의선 회장 용단 필요한 때'

  • 입력 2021.11.18 14:49
  • 수정 2021.11.18 15: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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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가 차갑다. 코나 N 클러스터에는 영상 5도가 찍혔다. 시작부터 거친 배기 사운드가 들린다. 조심스럽게 주차장을 빠져나와 에코 모드로 도심 구간을 달렸다. 40km 남짓을 이렇게 달렸는데 ℓ당 연비가 14km를 찍는다. N 전용 가솔린 2.0 터보 플랫파워 엔진을 품은 고성능 SUV 연비로는 인상적이다. 코나 N 신고 연비는 복합 기준 복합 12.7km/ℓ다. (도심 11.7km/ℓ, 고속도로 14.1km/ℓ, 19인치)

도심을 벗어났는데도 아직 어두움이 가시지 않았다. 주변과 도로가 한적한 길로 들어전 직후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해 가속 페달에 힘을 줬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변속단 그래프가 빠르게 상승하더니 금세 최대치인 8단까지 오른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강력한 배기음이 따라 오고 가속 페달에 발을 떼면 강하게 시프트 다운이 걸리면서 팝콘 소리가 들린다. N 모드에서는 더 거칠어진다. 결승선 앞에서 마지막 습보(襲步)에 돌입하는 경주마의 거친 호흡이 떠 오른다.

습보에 돌입한 경주마=코나 N 제원은 고성능답다. 280마력, 40.0kgf.m 최대 출력과 토크, 여기에 N 그린 쉬프트로 순간 출력을 290마력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5.5초, 최고 시속이 240km니까 대중 브랜드에서 고성능 타이틀을 가진 이만한 모델과 비교해 꿀리지 않는다. 아쉬운 건 습보의 절정, 이런 훌륭한 제원 한계치를 전혀 맛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현대차는 코나 N 시승차 서킷 주행을 금하고 있다. 그러니 일반 도로에서 제아무리 뛰어난 운전 스킬, 뛰어난 성능을 갖춘 코나 N이라고 해도 제원에 표시된 수치는 모두 그림의 떡이다. 그나마 새벽 시간대 출발 덕분에 한적한 도로에서 제법 무게감 있게 가속 페달을 압박하고 과격한 핸들링을 시도하며 고성능차 특유의 쾌감을 살짝 맛볼 수 있었다.

매끈한 노면을 가진 서킷 중심으로 이뤄진 이전 시승에서 느꼈던 것과 다른 질감도 느껴진다. 다소 거친 일반 도로에서는 거칠고 단단한 피드백이 더 분명하게 전달됐다. 노면 질감 차이가 그대로 전달되고 과속방지턱을 만났을 때 급제동, 지나고 빠르게 급가속을 할 때 엔진 회전력이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준다. 이 맛은 고성능차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코나 N 퍼포먼스를 배가하는 주변 시스템도 조화롭다.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에서도 가장 돋보인 건 N 코너 카빙 디퍼런셜이다. 불안하지도, 스트레스 없이 반듯한 선회 능력을 발휘한다. 험악한 도로에서 발휘되는 고성능 질감은 독일차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순간 가속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려주는 N 그린 쉬프트, 런치 컨트롤, N 트랙 센스 쉬프트와 같은 퍼포먼스 사양은 서킷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기억이 있다. 멈추지 않고 달리고 싶은 차를 오랜만에 탔다.

바싹 낮춘 전고와 N 전용 파츠=코나 N 겉모습은 1565mm에 불과한 전고로 조금 키가 큰 해치백 정도로 보이게 한다. 참고로 코나 N 전고는 현대차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1605mm)보다 낮다. 그러니 어느 방향에서나 실루엣이 날렵하다. 여기에 라디에이터 그릴, 보디 컬러와 같은 클래딩, 레드 컬러 캘리퍼, 더블 윙 타입 리어 스포일러 그리고 N 전용 삼각형 보조 제동등과 같은 N 전용 파츠로 존재감을 더했다. 

실내 느낌도 다르지 않다. SUV가 아닌 조금 큰 세단에 앉은 듯한 시트 위치와 시야가 특히 그렇다. 차종으로는 SUV지만 겉과 안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이 편하고 주변 공간이 주는 여유도 그렇다. 여기에 10.25인치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는 코나 N 퍼포먼스 주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N 또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클러스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역동적인 테마로 변경되고 센터 디스플레이도 퍼포먼스 주행에 필요한 정보로 채울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N 버전을 상징하는 2개의 퍼포먼스 블루 버튼, 그리고 강렬한 붉은색으로 코나 N이 고성능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NGS(N 그린 쉬프트) 버튼이 자리를 잡았다. N 전용 시트 착좌감, 오랜만에 보는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도 반가웠다. 편의 및 안전사양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다. 코나 N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3418만 원부터 시작한다.

정의선 회장 용단이 필요한 때=많이 팔리지 않는 코나 N을 굳이 끄집어내 시승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런 고성능 차를 사고도 즐길 기회가 많지 않은 것, 현대차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억지를 부리고 싶어서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코나 N이 발휘할 수 있는 성능은 수치만 그럴 뿐 우리나라에서는 절반을 넘겨 체험하기도 또 확인할 수 없다. 

코나 N뿐만이 아니라 어떤 고성능 차도 우리나라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은 시속 110km다. 서킷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인근이라면 몰라도 수도권, 지방에서 서킷을 찾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수도권 인근에 있고 접근하기 쉬운 서킷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 곳은 BMW가 자비로 만들었고 떠 한 곳에는 메르세데스 AMG 간판이 달려있다. 

BMW M, 메르세데스 AMG 소유주들은 마음만 먹으면 이 서킷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시장 장악력이 월등한 현대차는 차만 팔뿐 즐길 기회나 장소를 제공하는데 별 관심이 없다. 서산 어디에 동양 최대 규모 서킷을 만든다고 하는데 거기를 가느니 인제 스피디움을 가겠다. 

자동차 문화는 생산자와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가 그렇게 한다. 무대 없는 배우처럼 탈 곳도 없는 차를 만들면 그건 약을 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하지 마라. 현대차는 그래야 한다. 주택가 도로에서 굉음을 내고 야밤에 길 막고 난장판을 만드는 일, 요즘N 국산차도 제법 있다. 코나 N 같은 좋은 차를 교통법규 준수하며 답답하게 시승할 때마다 매번 같은 생각이 든다. 산 사람은 오죽할까. 코나 N을 제대로 맛 볼 수 있게 정의선 회장 용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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