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클린 디젤' 장려한 정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요소수 대란의 주범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11.07 09:13
  • 수정 2021.11.07 09:22
  • 기자명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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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요소수 수출 금지로 국내 경유차에 비상이 걸렸다. 화물차가 멈추고 건설 현장 기계가 멈추고 심지어 소방차와 긴급차 운행도 멈추기 직전이다. 이 모든 사태는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중국 암모니아 생산 부족이 원인이지만 근본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은 유럽을 벗어난 글로벌 지역 중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경유차 천국이 됐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지난 정부는 경유차를 친환경차, 클린 디젤이라며 보급을 장려해왔다. 그러는 사이 유럽 디젤차는 감소했고 우리는 환경과 연비가 좋은 차로 인식했다. 단종이 임박했거나 심지어 단종된 유럽산 디젤차가 국내에서 신차로 둔갑해 팔리는 일도 있었다. 유럽에서 팔지 못하는 디젤차를 밀어내는 시장이 됐고 지금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경유차 비중은 전체 등록 대수 가운데 약 40%에 육박한다. 정부가 이 사태의 주범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이유다. 

특정 제품 소ㆍ부ㆍ장의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은 오래전 시작된 것이다. 우리 정도 경유차를 보유하고 있으면 필수용품인 요소수 등 관련 소모품 정도는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지원책과 수입 다변화로 적정량의 재고를 늘리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했다. 현재 중국산 요소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이른다.

중국 수출 금지가 주는 충격의 강도가 엄청난 이유다. 물류가 멈추고 소방차와 긴급차가 운행을 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은 따라서 앞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정부 정책이 불러온 화다. 경유차 본고장 유럽은 요소수를 자체 생산하거나 수입 다변화로 모든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디젤차가 많지 않은 일본이나 미국은 이런 상황을 우려할 이유도 없다. 정부 책임을 다시 강조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청와대가 요소수 대책 T/F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이다. 중국 정부를 설득해 수출을 재개하고 다른 국가 수입 가능성도 살피고 있다. 직접 암모니아를 수입해 요소와 요소수를 생산하는 방안도 고민하는가 보다. 하지만 당장 운행을 멈춘 디젤 화물차가 듣고 싶은 얘기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방안들이다.

공업용 요소를 활용해 요소수를 만드는 방법도 언급됐다. 그러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인 SCR 요소수는 순도와 농도가 정밀해야 하고 불순물이 있으면 고장으로 이어져 엄청난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 대기 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 저감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공업용 요소를 요소수로 만들려면 엄격한 과정이 필요하고 또 얼마나 있는지도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이런 조건들이 맞아떨어진다면 해볼만 한 일이다. 

러시아산 요소 수입 방안은 빨라도 내년 1월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장 시급한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 언급하는 SCR 일시 사용 중지는 차량마다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국제간 배출가스 규제 협약에 따른 문제가 있고 친환경 장치를 무력화하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SCR 기능을 무력화하면 질소산화물이 대기 중에 그대로 방출한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논의되거나 검토해서는 안 되는 방법이다. 해외에 요소수 완성품이 제법 많이 존재한다는 것도 참고할 사항이다. 개인 직구로 요소수를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인증 제품이 아니어서 사용에 따른 위험 부담을 모두 개인이 갖게 된다. SCR 이상이나 고장에 대한 책임을 모두 자신이 갖게 된다. 10ℓ에 약 1만 정도인 요소수를 10만 원 내외에 구매하는 부담도 매우 크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 중국 이외 국가에서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들어와야 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 대체 수입, 국내 생산, 공업용 요소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산 요소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2~3개월 정도를 버틴다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민간 차원 대량 구매도 인증 절차를 간소화해 적정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도 당연한 과제다.  

현재 당면한 것은 요소수 문제이지만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정 국가와 지역에 집중된 원자재나 소·부·장 분야가 무수히 많은 만큼 정부가 미리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 국가에 수입이 집중된 품목은 다변화, 재고 물량 확보는 물론이고 중요한 품목은 세제 등 인센티브 정책으로 국내 생산을 독려하는 전략물자화도 필요하다. 

리튬, 코발트와 같은 배터리 원자재, 마그네슘, 희토류 재료 등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이들 품목은 중국이 지금 요소수와 과거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등 전례로 봤을 때 앞으로도 심각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차원에서 위원회를 당장이라도 구성해 해당 품목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문제가 불거져 대응하기보다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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