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반도체 다음 요소수 그리고 마그네슘 '세계 자동차 휘청'

  • 입력 2021.11.04 12:27
  • 수정 2021.11.09 16:0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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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有政策 下有對策(상유정책 하유대책), 나라가 정책을 만들면, 백성은 대책을 세운다'는 중국 속담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당(黨)이 일상을 규제하는 법을 만들면 인민(人民)은 빠져나갈 묘책을 만든다는 말로 통한다.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중국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불참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 30%를 차지한다. 미국, EU, 인도, 러시아, 일본을 합친 것, 그리고 나머지 190개국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 이산화탄소 배출원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석탄(43%)과 석유(34%) 세계 최대 소비국이기도 하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얘기하는 천연가스도 탄소 배출량 비중이 15%나 된다. 중국과 함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 천연가스 최대 수출국 러시아가 불참한 이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불참을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협약을 주도한 "미국의 강한 리더십을 확인했다"라고도 자랑했다. 그러나 미국과 EU 등 서방국이 참여하는 기후변화 협약 정책에 자의든 타의든 중국이 신묘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 유럽 주요 산업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90% 이상을 수입하는 '요소수'가 대표적이다. 디젤차 운행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수 품절로 화물차가 멈추고 물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위기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유럽 상용차 대부분도 요소수가 있어야 움직이는 디젤차다. 

또 다른 묘수는 마그네슘이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 합금에 필수적인 비철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 80% 이상을 차지한다. 자동차를 가볍게, 강하게 만들려면 마그네슘이 필수다. 마그네슘 품귀가 시작한 건 중국 정부가 주요 산지인 산시성 마그네슘 공장 50곳 가운데 35곳을 폐쇄하면서다. 나머지 공장도 올해 안에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요소수와 마그네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도 중국 정부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내놓은 대책이어서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사항도 아니다.

세계는 그동안 중국을 세계의 굴뚝,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 심지어 바이든 미 대통령이 '더러운 철강 제품(중국산)'이라는 오명을 씌우고 탄소 중립 실천을 요구하고 협약 가입을 강요해왔다. 일각에서는 호주 석탄 수입 중단으로 시작한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수출 중심 품목 생산 시설 가동을 제한하면서 중국산 원자재 품귀와 가격 폭등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요소수와 마그네슘이 세계 자동차 산업을 멈추거나 뒤흔들 수 있다는 걸 중국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어서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무기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처럼 어떤 사정으로 시작했든 주요 원자재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공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어느 나라든 자동차가 총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만 해도 자동차는 제조업 전체 생산액 14%가량을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산업 비중은 더 크다.

중국이 지금은 석탄 부족이라는 자국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품목 생산과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언제든 상대국을 압박할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주도로 세계가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신묘한 방법으로 반격을 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산업에서 중국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와 유럽은 이 신묘한 방법에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우리도 자원의 한계만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희토류가 필요 없는 전기 파워트레인 개발에 성공한 유럽 자동차, 주요 원자재 공급처를 중국에서 남미 등으로 분산한 미국 자동차와 같이 원자재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독자 생존 방안과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요소수 하나에 자동차가 멈추는 이 황당한 일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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