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 기아 레이 EV로 시작한 국산 전기차 올해로 10년 '상전벽해'

  • 입력 2021.11.01 10:45
  • 수정 2021.11.01 11: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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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국산 전기차 1호로 기록된 기아 레이는 2011년 12월 첫 출시됐다.

양산 전기차 1호 기아 '레이 EV'가 올해로 출시 10주년이 됐다. 기아가 2011년 12월 출시한 레이 EV는 50kW 출력을 내는 모터와 16.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 거리는 139km였다. 한국 전기차 역사는 그보다 앞서 시작했다. 국산 최초 전기차는 86 아시안 게임 마라톤 TV 생중계용으로 특별 제작한 당시 기아산업 베스타 EV다. 마라톤 구간(42.195km)과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정도로 성능이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매연을 뿜는 일반 자동차를 따라가는 고통은 겪지 않았다.

양산 전기차 1호 기록은 사실 2009년 9월 소개된 CT&T 도심형 전기차 'e-ZONE'이 갖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국산 순수 전기차 최초 모델로는 기아 레이 EV를 지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레이 EV 배터리 용량은 지금 것들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모터 출력도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지상태부터 100km/h까지 도달 시간 15.9초, 최고 속도는 130km/h를 낼 수 있었다. 그래도 당시에는 경차보다 빠른 가속력과 전기로만 꽤 긴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레이 EV 출시로 국산 전기차 시대가 열렸지만 당시 인프라는 부족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500여기 정도였다. 일반인 충전이 어려웠던 탓에 레이 EV는 주로 관공서와 공공기관에 보급됐다. 레이 EV 이후 국산 전기차는 쏘울 EV(2014년),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2016년), 코나 일렉트릭(2018년), 다시 기아 니로 EV(2018년)로 이어졌다.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 역사가 10년 전 레이 EV로 시작했고 기술 발전 토양이 된 셈이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서 주로 판매한 i10 기반 전기차 블루온도 2010년 처음 소개됐던 모델이다. 국산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한 것은 기아 쏘울 EV가 나오면서다. 쏘울 EV는 레이 EV보다 용량이 크게 늘어난 27kWh 배터리를 탑재 1회 충전 거리를 148km로 늘렸고 최고 속도가 145km/h까지 상승하면서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6만 대 이상 팔렸다.

기아 쏘울 EV(2014년)는 대량 생산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첫 진출한 순수 전기차다.

국산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건 현대차와 기아가 친환경 전용 모델로 아이오닉과 니로를 출시한 2018년 이후부터다. 내연기관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지만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를 아우르는 친환경 파워트레인에 최적화한 구조로 설계되면서 성능과 경제 효율성에서 매우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순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는 64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400km(유럽 기준) 가깝게 실현하면서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 글로벌 시장 누적 판매 대수는 25만대 가량에 이른다.

레이 EV가 등장하고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전기차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제품 성능과 효율성에서 엄청난 발전을 가져왔다. 가볍고 효율성이 뛰어난 배터리가 등장하면서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용량이 평균 70kWh 이상으로 증가했다. 일부 슈퍼카는 100kWh급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놀라운 성능을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에 차이가 있지만 10년 전 레이 EV가 발휘했던 모터 출력 50.0Kw는 이제 대부분 전기차에서 200Kw 안팍으로 증가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72.6kWh) 롱 레인지 AWD 모터 최고 출력은 225.0Kw에 달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슈퍼카와 맞먹는 5초대에 불과하다. 전기차 평균 최고 속력은 180km/h 정도지만 기아 EV6 GT와 같은 고상능 모델은 최고 260km/h까지 속력을 낸다.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 모터 출력은 최대 360.0Kw에 달한다. 엄청난 가속력과 최고 속도 제원을 가지면서도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대부분 400km대로 향상됐다. 

이런 발전이 가능해진 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그리고 배터리 기술 향상 덕분이다. 현대차 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경량화와 모듈화로 구동 방식을 자유롭게 하는 한편 공간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고 고용량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배치해 성능 발휘에 최적화한 구조를 쉽게 구현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주행 거리와 성능은 물론 내연기관에서 한계로 여겼던 공간까지 비약적인 발전과 혁신을 이뤘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첫 모델 현대차 아이오닉5(2021년 3월)

10년 전, 레이 EV 한 대로 시작한 순수 전기차는 이제 10종 이상으로 늘어났고 그만큼 관련 인프라도 대폭 확장했다. 전국 관공서 중심으로 설치됐던 충전소 500여 기는 이제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이고 대형 마트와 공용ㆍ민간 주차장, 아파트 등에 10만기 이상으로 늘었다. 우리나라 충전기는 현재 보급된 전기차 2대당 1.4기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테슬라를 중심으로 한 수입 전기차도 크게 늘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 전기차 등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올해 100만대를 돌파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에 다르면 친환경차 등록 대수는 8월 기준 지난해 대비 29% 증가한 106만대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13만여 대에서 19만여 대로 46%나 급증했다. 현재 추세대로 간다면 우리나라 전기차 총 등록 대수는 올해 20만대를 돌파하게 된다. 내연기관이 130년간 이룩한 것들을 전기차는 단 10년 만에 그 이상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앞으로 10년은 더 많고 빠른 변화로 채워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 국내 등록 차량 360만대를 순수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주요 시장도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가 자동차 브랜드 생사를 가르는 일이 앞으로 10년 동안 자주 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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