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볼보 XC 60 300억 효과 "아리아 뽕짝 틀어줘, 임영웅의 히어로..."

  • 입력 2021.10.25 14:37
  • 수정 2021.10.27 09: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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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서열을 힘으로 정하는 시대가 갔다. 성능을 지향하는 특별한 브랜드나 모델이 아니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대개 다 고만고만하다. 대신 디지털에 익숙한 이들은 첨단화에 가치의 무게들 더 둔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FSD에 열광하고  기존 자동차 틀을 깬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것도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에 더 가치를 두는 인식 변화 현상이다.

모델별로 존재하는 여러 트림 가운데 첨단 사양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깡통차를 사서 하나하나 꾸미는 것을  쏠쏠한 재미로 여겼던 이전 성향이 최근에는 최고급형 구매로 끝내 버린다. 인기 정도와 상관없이 어떤 모델이든 선택 품목을 망라한 최고급형 인기가 많고 그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도 있다. 자동차 회사가 선택 품목 패키지를 주로 첨단 편의 및 안전 사양으로 구성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트렌드에 맞춘 상술이다.

자동차 회사는 첨단 디지털 장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본 적용되는 것을 빼고 일반적으로 선택이 가능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은 약 100여 개 정도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 오토퍼시픽이 조사한 결과, 운전자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편의 장비로 열선 시트를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선호도와 별개로 자동차에서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기능은 길 안내, 라디오 청취, 음악 감상을 돕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잘 나가는 수입차 브랜드도 이 부문에서는 늘 국산차에 열세였다. 억대 수입차 내비게이션을 두고 스마트폰으로 길 안내를 받거나 음악 서비스를 듣는 일이 허다하다. 음성 인식 기능을  몇 몇 브랜드가 도입했지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오히려 원성을 사는 일도 있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수입차는 원래 그렇다"는 관념을 깼다. 무려 300억 원을 들여 SKT와 함께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완성도가 엄청나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가 물류센터나 드라이빙 센터와 같은 고정 자산에 투자한 사례는 있어도 오롯이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개발에 거액을 투자한 건 볼보코리아가 처음이다. 앞으로도 있어 보이지 않는 파격 투자다.

시승기와 영상이 나갔는데도 볼보 XC60을 다시 시승한 건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볼보 XC60에 처음 적용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크게 차량 컨트롤과 커뮤니케이션, 홈 컨트롤, 인포메이션,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티맵(TMAP) 내비게이션으로 구성됐다. 여기까지는 국산 고급차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하이라이트는 서비스 전부를 음성 명령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조 장치를 켜고 끄고 온도를 설정하는 것, 누구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 목적지를 찾는 것, 원하는 음악을 틀어 달라는 것, 뉴스나 날씨 정보를 '아리아'를 호출해 음성으로 명령하면 끝이다. 이것도 버튼으로 시작하는 국산차와 다르게 음성으로 '아리아'를 호출해 시작한다는 것을 빼면 크게 다르지 않다.

진짜 놀라운 것은 음성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능력이다. 국산차나 수입차 일부에도 음성 명령으로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지만 허튼 소리로 알아듣거나 바르지 않게 동작하기 일쑤다. 맞춤형 명령어가 아니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엉뚱한 답을 내 놓거나 지금은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라며 어물쩡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니 스티어링 휠 음성명령 활성화 버튼은 사용 빈도가 가장 낮다고 본다.

볼보 XC60은 그런 것들과 차원이 다르다. 변형된 명령에도 정확하게 반응한다. 플로(flo)는 예를 들어 뽕짝(트롯트를 비하하 하려는 것이 아님)  틀어줘, 오늘 기분이 안 좋은데 신나는 노래 틀어달라고 해도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티맵은 근처 맛집, 순대국밥 잘하는 집을 물어봐도 해답을 내 놓는다. 아리아와 감성 대화도 가능하다. 오늘 화장을 했니? 무슨 옷을 입을까? 물으면 답한다. 

감성 만족도도 높다. 여러 단어를 기계적으로 연결해 부자연스러운 억양으로 전달하는 기존의 익숙한 음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화 감성과 다르지 않다. 마치 누군가 동승해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 모든 기능은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티맵 내비게이션과 함께 플로 음악 재생, 누구(NUGU)로 홈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다양한 상식을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다. 뉴스는 기본이다.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얘기가 많기는 하지만 필요가 없는 얘기다. 줄여 얘기하면 SKT라는 믿을 만한 회사와 요즘 1년을 기다려도 사야 한다는 볼보자동차가 2년 동안 300억 원을 들여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해 부분변경 XC60에 처음 탑재했는데 이게 국산차 고급모델 것보다 더 뛰어났다는 것이다. 차량 내 무제한 데이터(LTE) 5년 무료, FLO 1년 무료 쿠폰도 제공된다. 

자신하는데 이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하나만으로도 볼보자동차 가치와 경쟁력은 급상승할 것이 분명하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무선 시동, 실내 온도 조절이나 문을 여닫는 일도 원격으로 가능하다.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를 체험한 XC60은 최고 출력 300마력을 내는 B6 AWD 인스크립션(7200만 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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