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백금 노린 자동차 촉매 변환기 상습 절도범 검거 '노후차 주의보'

  • 입력 2021.09.30 08: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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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들이 한 낮 도로에 세워져 있는 토요타 프리우스에서 촉매 변환기를 떼어내는데걸린 시간은 단 1분에 불과했다.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 장치를 상습적으로 훔친 절도범이 경찰에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40대 절도범은 정비 공장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휴대용 리프트를 이용해 지난 8월부터 모두 13차례에 걸쳐 차량 하부 촉매 변환기(catalytic converter)를 떼어내 되팔았다.

촉매 변환기에 함유된 주요 소재 백금(platinum, 白金)을 노렸다. 국내에서 자동차 촉매 변환기를 노린 절도 사건은 매우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자주 있는 일이다. 특히 하이브리드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를 노린 절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과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1970년대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면서 개발된 촉매 변환기에는 백금과 팔라듐, 로듐과 같은 희귀 금속류가 질소산화물과 같은 배기가스 촉매 코팅 소재로 사용된다. 희귀 금속류는 2000년대 들어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치솟자 절도범 표적이 됐다. 자동차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팔라듐(palladium) 가격은 5년 전 대비 10배가 올랐다.

자동차 촉매 변환기는 차체 하부에 노출돼 있고 간단한 정비 기술만 있으면 쉽게 떼어낼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미국과 유럽 절도범이 리프트로 차체를 들어 올리고 쇠톱이나 절단기를 이용해 차량에서 촉매 변환기를 떼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에 불과하다. 

지상고가 높은 SUV가 절도범에 더 좋은 표적이 되는 이유다. 연식이 더 오래된 모델을 선호하기도 한다. 촉매 변환기에는 평균 7g 정도 희귀 금속이 사용되는데,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부족했던 노후 차량 함유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절도범이 주로 노리는 차량이 70년 후반에서 80년대 생산된 디젤차, 하이브리드카인 구형 토요타 프리우스인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1980년대 3원 촉매 변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희귀 금속 함유량이 많다는 것을 알고 절도범 표적이 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자동차를 통째로 훔쳐 파는 것보다 촉매변환기를 떼어내는 것이 '효율성'이 더 높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경찰에 잡힌 국내 절도범이 구형 쏘나타에서 촉매 변환기를 떼어내다 잡힌 것도 이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도범은 촉매 변환기에 함유된 희귀 금속을 암시장에 헐값에 넘기지만 차량 주인이 지게 될 부담은 작지 않다. 부품가격과 공임 등 수 백만 원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연식이 10년 이상 된 고령차는 촉매 변환기 이상으로 교환이 필요하다면 폐차를 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촉매 변환기 절도 사건이 국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와 대응이 필요해졌다. 차령이 오래된 노후차와 초기 하이브리드카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촉매 변환기가 차체 하부 보이지 않는 곳에 장착돼 있어 이를 모르고 운행을 하면 과도한 소음과 함께 다른 고장으로 이어져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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