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토요타 때문에 휘발유 중독" 美 환경단체 日 자동차 불매 운동

  • 입력 2021.09.23 10:57
  • 수정 2021.09.23 11: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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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2025년까지 약 70개에 달하는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 환경단체가 일본 자동차 불매 운동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BEV)를 대폭 지원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여당인 민주당이 노조가 결성된 미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만 콕 짚어 추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들고나온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토요타 CEO는 미국은 물론 일본 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은 유럽에서 내는 목소리는 작은 편이다.

변변한 전기차가 없고 미국 현지 공장 대부분을 무노조로 가동하는 토요타, 혼다, 닛산에게 거기가 어디든 순수 전기차(BEV)를 파격 지원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닛산에 리프(Leaf)라는 BEV가 있지만 대단한 경쟁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존재감이 사라졌다. 토요타와 혼다 라인업에서 BEV는 찾아보기 힘들다. 

바이든 정부가 선언한 대로 2030년 신차 절반을 BEV로 채우고 미국에서 노조가 결정된 제작사 차량에 추가 지원을 한다고 봤을 때 토요타가 제대로 된 전기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 이건 진짜 위기 상황이다. 혼다도 그렇고 닛산도 리프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업체들이 미국 전기차 지원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자신들이 강점이 있는 하이브리드카 효율성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로비를 벌이고 있는데 암초를 만났다.

환경단체들이 "토요타가 막대한 돈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전기차 보급을 늦추려고 한다"라며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는 연방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한 연장, 노조가 결성된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차 추가 보조금 지급 방안이 나오자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기차를 적극 지지해 온 환경단체 플러그인 아메리카(Plug In America)는 "토요타는 우리를 휘발유에 중독되게 했다. 그 사이 지구는 오염됐고 전기차 대중화는 환경을 되살리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본격적인 행동에도 나섰다. 산타모니카에 있는 토요타 공장을 찾아 불매 시위를 벌였고 로비 활동을 비난했다.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CEO는 "전기차 친환경이 과장돼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토요타에 전한 항의 서한에는 "토요타가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면서 지구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라며 "당장 로비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 서한에는 비영리 단체인 생물다양성센터(CBD·The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 워싱턴 환경 단체를 대표하는 콜트라(Coltura) 15개 시민단체가 서명하며 토요타 불매 운동에 동참했다.

미국 시민들 반응도 다르지 않다. 관련 기사 댓글 대부분이 "전기차 개발에 소홀한 댓가"라며 "로비를 통해 전기차 전환을 늦추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토요타 차량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했다. 환경단체 반발과 불매 운동이 일본 브랜드에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움직임이 없어도 하이브리드카 수명 연장에 몰두한 후유증은 벌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상반기 글로벌 신차 판매량은 많이 감소했지만 친환경 차는 배 이상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EV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60% 증가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차 가운데 BEV 비중이 69%로 상승했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유럽에서 BEV가 하이브리드카를 추월하는 때가 곧 올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일본은 하이브리드카도 친환경차라고 주장하지만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친환경 분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토요타가 전기차에 부정적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토요타 아키오(Toyoda Akio) 회장은 일본 정부가 2050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과 전기차 완전 대체 계획을 밝히자 "전기차 효율성과 환경성이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 자동차협회 회의에서는 "전기차 전환이 일본 내 550만 개 일자리와 800만대 차량 생산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협박성 경고도 했다.

토요타 전동화 브랜드 bZ(Beyond Zero) 콘셉트카 bZ4X

토요타도 경쟁사와 다르지 않은 친환경 로드맵을 갖고 있기는 하다. 오는 2025년까지 약 70개에 달하는 전기차를 계획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전용 브랜드 bZ(Beyond Zero)로 나올 7개 모델을 포함한 15개 BEV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전기 픽업 트럭도 출시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도 단계적 전환, 속도 조절 필요성을 언급하며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아키오 회장 발언과 일본 자동차 업체 반발에서 위기감이 엿보이는 이유다.

미국 빅3, 폭스바겐과 현대차 계열 그리고 수많은 신생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고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은 바라만 보고 있다. 1997년 프리우스 이후 지금까지 1800만 대 이상 하이브리드카를 팔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왔던 일본이 홀로 전기차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변화에 소홀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팔린 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는 265만대, 팬데믹과 반도체 칩 부족에도 올해 전체 판매량은 640만대로 전망한다. 2022년에는 EV 판매량이 1000만대 이상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왔다. 전체 EV에서 BEV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상반기 69%를 기록했지만 내년 80%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주 이른 시기에 하이브리드카도 내연기관으로 치부돼 사라질 날이 가까워지고 있으니 불매 운동 빌미가 된 로비로 통할 일이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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