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완성차 가로막는 중고차 "대기업 방어할 묘책 스스로 걷어찬 격"

김필수 대림대 교수...중고차 업계, 완성차가 받아 들일 수 없는 요구로 일관

  • 입력 2021.09.19 08:12
  • 수정 2021.09.19 08:18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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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가 대기업 중고차 사업 진출을 두고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했다. 협의회를 구성한 지 3년,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실질적인 협의를 벌여 시간은 충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의회 좌장으로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이며 앞으로 불어 닥칠 중고차 혁신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협의회는 그동안 연간 거래 대수 최대 10%를 완성차에 허용하고 소비자 권리 다양성과 보호, 대기업 플랫폼 진출 제한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으로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번 협상 실패 원인은 무리한 요구로 일관한 중고차 책임이 크다. 중고차 업계는 사업 진출 비율에 대한 모수와 신차 딜러권, 매입 이전 공용 플랫폼 도입 등 완성차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고수했다. 

합의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다분했고 따라서 이번 협의 결렬 책임은 전적으로 중고차 업계에 있다. 처음부터 중고차 업계는 협의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시간을 벌어 대선까지 끌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합의는 양측이 치열하고 절실하게 요구해야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로는 합의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앞으로 불어닥칠 중고차 시장 변혁에 따른 골목상권 피해는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중고차는 허위·미끼 매물, 허위 당사자 거래, 성능점검 미고지 등 각종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가장 큰 분야다. 그래서 이번 협력이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선진형 중고차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였다. 현 상태로는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가능성이 없다. 완성차 인증 중고차 도입으로 중고차 혁신을 일으키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협의회는 일정 비율만 완성차에 개방해 문어발식 확장을 방지하고 골목상권도 보호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 산하에 한국중고차협회라는 매머드급 기관을 설립해 법적·제도적 권한을 부여해 앞서 언급한 중고차 문제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역할을 주자는 방안도 논의했다. 또 중고차가 우려하는 대기업 플랫폼 진출을 막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 대기업 플랫폼이 시장을 독점하는 문제가 심각한 이슈가 된 상황에서 연간 약 30조 원 규모인 중고차 분야는 이들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도 남을 시장이라고 봤을 때 필요한 대책이었지만 스스로 잘 차려진 밥상을 걷어찬 셈이다. 

우리도 완성차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려는 것을 막을 법안은 없다. 세계 어디에도 중고차 사업 진출을 법으로 강제하는 곳도 없다. SK엔카, K카 등 대기업 기반 기업이 이미 진출해 있고 수입차 대부분도 인증 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차와 중고차는 리사이클링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런데도 국내 완성차만 진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심각한 문제로 여러 차례 지적돼왔다.           

마지막 공은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로 넘어갔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생계업 지정을 요구하는 중고차 주장이 부당하다는 부적합 판정을 이미 내렸다. 중기부는 그러나 지난 1년간 위법적으로 결정을 미루고 있다. 정치적이거나 표를 의식해 완성차의 중고차 진출을 대선에 연결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동반성장위 결정과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 중기부가 중고차 손을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러 소비자단체도 중고차 분야 개선을 위해서는 완성차에 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좋은 방안은 중기부 심의위원회가 앞서 논의된 중재 협력안을 참고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중기부 심의위원회가 가장 중요한 소비자 편익을 위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는 뻔한 일이다. 국민을 위한 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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