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래 자동차 "가르칠 사람 없어 배울 수도 없는 게 대학 현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09.12 08:00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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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 전기차, 자율 주행차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로 자동차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연 기관차와 전기차 혼재에 따른 경착륙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 생태계 붕괴는 일자리 상실과 함께 미처 준비되지 않은 분야를 도태시킨다. 전기차 제조 시설은 내연 기관차 대비 인력 30~40%를 줄여야 한다. 당장은 완성차 노·사 갈등, 기술이 부족한 정비업 쇠락이 눈앞이다. 

전국 약 4만5000개 정비업 종사 인원은 약 20만명 이상으로 추산한다. 고칠 것 없는 전기차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정비업은 불황에 빠진다.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중고차도 다르지 않다. 전기차는 배터리 잔존가치를 산정할 기준이 없어 매우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전기차 가치를 제대로 산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도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생태계 변화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 자율주행 개념이 부가되면 발렛이나 물류 쪽 일자리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급변 요소가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은 전무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래차 기술인력 부족이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분야 소프트웨어, 센서, 빅 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꼭지들에 대한 전문 인력, 아니 가르칠 사람도 부족하다. 

미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융합 모빌리티로 확대하고 복합화하고 있다. 따라서 고도화된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다수 대학은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자동차 관련 교수는 기존 내연기관과 배기 후처리 장치와 같은 기존 분야 전문성과 관련 연구에 매달려 왔다.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미래차를 교육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니 배울 기회조차 많지 않은 것은 우리 현실이다. 이미 전국 대학에서 내연기관차 분야를 연구하려는 학생 지원이 사라져 가고 있다. 자동차 관련 학과 대부분이 정원 미달로 고민하고 있다. 멸종해가는 내연기관차 연구를 하겠다는 학생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세상이다. 

대학은 다른 분야 대비 준비가 느린 특징을 갖고 있다. 교과과정 개편, 교재 준비를 위해 수년이 필요하고 준비된 교재로 가르쳐도 빠르게 진보하는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담기 어렵다. 교수가 새로운 학문에 대한 인지나 연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의지도 약해 실질적이고 능동적인 개선에 소홀했음도 고백한다. 전국 대부분 대학이 여전히 내연기관차 특히 가솔린 엔진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차 과목은 거의 없고 실제로 가르치는 부분도 무늬, 형식만 갖춘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내실은 없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거의 전무한데도 학과명만 미래형으로 바꾼 대학이 적지 않다. 미래차 전문 인력 양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중앙정부 몇 개 부처에서 이에 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기는 하다. 몇 개 대학이 선두그룹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래차 교재를 개발하고 교과과정 개편, 교보재 등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도 내년 정도면 미래차에 대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대표적인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매년 관련 대학과 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전국 자동차 관련 대학이 미래차에 대비한 전문 교육 체계로 바뀔 수 있기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극히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대학은 응시 계기조차 없을 정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할 일은 많다. 전기차 교보재, 관련 과목이나 교제가 우선은 정립돼야 하고 이런 일에 정부도 나서야 한다. 풍부한 예산편성과 지원, 관련 제도 정비로 대학이 미래차를 연구하는 전문인력을 지속해서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제작사와 수입차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교보재를 연구개발용으로 지원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인력은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인스트럭터다.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경착륙을 통한 시스템 붕괴에 앞서 생산과 관리, 유통과 정비, 중고차 등 모든 분야에서 미래차를 다룰 전문 인력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차, 미래차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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