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전동화 질주에도 현대차가 내연기관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
[기자 수첩] 전동화 질주에도 현대차가 내연기관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1.09.07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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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초강력 허리케인 아이다(ida)가 루이지애나를 강타한 2035년이라고 가정해 보자. 포드 F-150 라이트닝을 몰고 구조 활동에 나서야 할 경찰과 응급 구조대는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이 볼트 EV로 안전지대로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자연 재해로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 모든 전기차는 이렇게 멈춰 있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2030년 신차 판매량 40%~50%를 전기차로 채우는 정책을 선언했다. 이에 맞춰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2035년 완전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2030년 전기차 비중을 4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유럽 연합(EU)은 오는 203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포브스는 최근 게재한 칼럼에서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라진 내연기관차' 부재로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5일, 허리케인이 상륙한 루이지애나는 전체 가구 25%에 전력이 끓기는 일이 발생했다. 엿새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여러 사람이 숨졌다. 전기차 64만여대 충전도 불가능해졌다.

칼럼은 태풍, 홍수, 산불 등 대형 자연재해가 잦은 미국에서 전기차는 대피와 구조를 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 아무 소용이 없는 때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억지스러운 경고 같지만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비슷한 상황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전기차는 어떤 이유로든 전력이 끓기면 수만, 수십만, 수백만 대가 예외없이 동시에 충전이 불가능해진다. 충전소가 아무리 많아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배터리 잔량이 부족한 전기차로 섣불리 대피에 나섰다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미국 특정 지역에서 정전이 자주 발생하자 그 원인이 전기차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전력 사용량 증가로 정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때맞춰 국내 자동차 시장 80%를 점유한 현대차 그룹이 오는 2040년 전동화 모델 비중을 80%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2035년까지 유럽 시장에서 판매하는 전 모델을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2040년에는 다른 주요 시장도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 그룹이 목표를 달성 했을 때, 자연재해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 폭염이 잦아지고 있는 우리도 미국 루이지애나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우리나라 연간 발전량은 약 60만GWh다. 전기차 대당 연간 소비전력은 모델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500kWh로 본다. 전기차 1000만대가 운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발전량에서 소모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넉넉한 전력도 정전으로 끓기면 무용지물이다. 포브스 주장이 억지스러운 얘기 같지만 지금이라도 대비해야 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당장은 아니어도 경찰차, 구조차, 범죄인 호송용과 같은 특정 차종 또 용도에 맞춰 내연기관을 의무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최소한 규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전이 되면 모든 전기차는 멈춘다. 충전을 할 수 없으면 함부로 길을 나설 수도 없다. 현대차든 누구든 내연기관을 완전 털어내면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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