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새빨간 거짓말" 알루미늄으로 경량화 그래서 친환경차

  • 입력 2021.08.26 12:59
  • 수정 2021.08.27 08:2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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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약 3만 개 부품이 결합해 있다. 부품 수 만큼 다양한 건 소재다. 크게는 쇠로 불리는 강(鋼), 철과 탄소 합금체인 주철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동(銅)과 아연(亞鉛), 알루미늄 같은 금속 소재와 고무와 유리, 접착제, 섬유 등 비금속 소재 그리고  가죽, 목재 등 천연 소재도 사용된다.

환경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규제가 강화하면서 천연 또는 재활용 소재가 사용되는 일도 많아졌다. 현대차 아이오닉 5(BEV)는 옥수수와 유채꽃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으로 도색을 하고 재활용 패트병으로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에 사용했다. 전기차를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하고 무게를 줄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는 선택이다.

다른 브랜드, 모델에도 이런 친환경 소재가 자동차 여러 부위에 사용되고 있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일반화된 소재가 됐고 페트병 말고도 와인 마개 코르크, 폐그물도 재활용해 친환경 소재로 사용한다. 자동차 제작사가 일반적인 것보다 비용 부담이 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건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 규제에 따른 부담을 낮추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천연이든, 재활용이든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가릴 필요 없이 태생부터 사라질 때까지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환경은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잘 어울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나 엄밀히 말해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친환경차' 운운하는 건 거짓말이다.

속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소재가 알루미늄(Aluminium)이다. 알루미늄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휠뿐만 아니라 엔진 본체와 주변 부품, 라디에이터 그릴, 후드와 트렁크 리드 등 광범위한 곳에 사용한다. 모양을 자유롭게 하는 주조가 간편하고 재활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 일반 철보다 가벼워 차체 경량화 기여도가 매우 높다. 당연히 연료 효율성도 높아진다.

알루미늄으로 철을 대체하면 자동차 무게를 많게는 40%까지 줄일 수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알루미늄으로 차체 중량을 많게는 300kg 이상 줄였다며 연료 효율성을 높였고 따라서 환경 친화적 소재로 둔갑시켜 자랑한다. 철보다 비싼 알루미늄을 선호하면서도 일반 철 대비 비싼 가격 때문에 기피해왔던 자동차가 요즘 관심을 가진 이유다. 덕분에 지금 자동차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급증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더커 월드와이드(Ducker Worldwide)에 따르면 2025년 자동차 후드 85%, 펜더와 도어는 27%와 46%, 트렁크와 루프 30% 이상이 알루미늄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차제 전부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는 비율도 1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전기차와 같은 전동차는 무게가 곧 에너지 효율성과 직결되는 만큼 자동차가 사용하는 알루미늄 비중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친환경을 이유로 사용하는 알루미늄이 엄청난 환경 파괴와 대기를 오염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알루미늄은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효과를 빼면 철보다 환경에 미치는 해악이 더 크다. 채굴하고 정제과정을 거쳐 제품에 반영해 사용하고 재활용 또는 폐기를 하기까지 모든 과정의 친환경성 점수를 철이 100점이면 알루미늄은 7.7점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알루미늄으로 무게를 줄여 연비가 좋아진다고 해도 라이프사이클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절대 '친환경'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알루미늄이 만들어지기까지 매우 심각한 환경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루미늄 원재료 보크사이크(Bauxite)는 엄청난 면적의 지표면을 헤집어 채굴한다. 이 과정에서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한 정도로 주변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보크사이트 정제 과정에서 다량의 적니(red mud)가 생성하는데 부식성이 높아 지하수와 지표면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보크사이크 광산 주변 전체가 벌겋게 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또 막대한 전기가 사용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알루미늄을 생산하는데 무려 10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발생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나 됐다. 자동차가 친환경, 온실가스 저감을 얘기하며 알루미늄 사용을 늘리면 역설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그만큼 더 증가하는 셈이다.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매장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빈국 기니(Guinea)가 무분별한 광산 개발로 황폐화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알루미늄 수요가 급증하면서 비옥한 토지를 잃은 원주민은 참혹한 삶을 살고 있다. 기니에서 채굴한 보크사이트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는다. 이 중 대부분이 석탄 화력으로 발전한 전기를 이용해 중국에서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전 세계 알루미늄 공급량 절반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알루미늄 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원료인 보크사이트 채굴 지역 환경오염, 인권침해(저임금) 등을 따져보는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친환경 자동차는 없다. 자동차를 나무로 만들어도 산림을 파괴해야 가능하다. 굴러다니려면 환경을 훼손하고 대기를 오염시켜 얻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차도 수소전기차도 친환경차일 수 없다. 그러니 알루미늄을 많이 쓴 차가 친환경차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모든 자동차가 환경과 인권에 더 관심을 두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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