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기후위기 대응법 반발 "우리 세금으로 수입차 배만 불릴 것"

  • 입력 2021.08.23 10:11
  • 수정 2021.08.23 10: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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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18일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안을 심의ㆍ의결했다. 야당 불참으로 여당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만 참석해 통과시킨 탄소중립 기본법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를  '35%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야당은 그러나 여당이 단속 처리한 기후위기 대응법으로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자동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기후위기 대응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원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기준 26.3%로 잡았다. 전기차 누적 대수 364만대를 달성해야 가능한 목표다. NDC가 35% 이상이면 최소 이 누적 대수가 395만대로 늘어난다. 자동차 업계는 정부와 협의 해온 385만대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법이 의결되자 날벼락을 맞은 표정이다. 

특히 전기차 관련 경쟁력과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한국GMㆍ르노삼성차ㆍ쌍용차 등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업계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2030년 전기동력차 누적 보급목표를 처음 정부안인 385만대로 한다고 해도 연간 60만대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생산 능력은 2030년 연간 40만대 수준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나머지 20만대는 수입산으로 메워야 한다.

전기동력차는 막대한 국민 세금이 구매 보조금으로 쓰여지고 있다. 국산 전기차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180만대 규모인 내수 시장 수입차 점유율은 18.1%다. 자동차 업계는 이 점유율이 2030년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국산차 수요가 150만대에서 140만대로 줄어 들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수입 전기차가 일정 비율로 내수 시장을 잠식하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23일, 전기차 보급 대수가 늘어나는 만큼 내연기관차 시장이 위축해 부품 업계 매출이 현재 수준보다 최소 15% 이상 줄 것으로 우려했다. 협회는 전기차 생산 필요 인력이 내연기관차 대비 38%로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완성차와 부품업계 대량 실직이 불가피해질 것이고 전망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어떻게 늘려나갈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현재 누적 보급대수가 17만대 수준이 상황에서도 전기차 소유주는 충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년도 남지 않은 기간 40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전기차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KAIA는 현재 전기차 대비 충전기 비율(50%)을 유지할 경우 2030년까지 충전소 구축에 최소 약 3조3000억원, 충전 불편을 해소(충전기 비율 100%)하려면 약 7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KAIA는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막대한 재정계획이 있는지를 묻고 있다. 또  향후 어떤 기술이 전주기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탄소중립 기술이 될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전기모터, 수소연료전지 등 자동차 동력원 기술과 관련한 중립성과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선진국 2030년 탄소감축목표 변경을 감안하면 우리도 목표를 재정립하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급속한 탄소감축방안이 미칠 수 있는 산업 위축이나 대량 실직 등 부작용을 면밀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신중하고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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