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뼘 차이로 목숨이 오락가락' 국내에 없는 스몰 오버랩

  • 입력 2021.08.11 16:21
  • 수정 2021.08.11 18:3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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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시장에서 2019년 말 중국자동차보험협회가 실시한 폭스바겐 파사트의 스몰 오버랩 테스트 영상이 뒤늦게 입소문을 타고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유인 즉 해당 테스트에서 파사트는 최하점을 기록하고 차체 전면은 물론 운전석까지 처참하게 파괴되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중국 시장에서 부동의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연간 400만대 이상 판매를 줄곧 유지해 왔다. 중국에서 폭스바겐은 대중 수입차로 인지도를 쌓아 왔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보험협회 영상을 본 중국 소비자 반응은 더욱 큰 충격을 전달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미래 전기차로 가는 주요 거점이기에 해당 영상과 소비자 반응을 접한 폭스바겐의 대응은 매우 민첩했다. 물론 앞서 판매되던 파사트는 중국 규제 당국의 충돌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그 결과에 상관없이 수십명 엔지니어와 관리자를 현지 합작법인인 SAIC-폭스바겐에 급파했다. 

중국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폭스바겐이 2020년 초 차량당 400위안의 비용으로 파사트를 비롯한 다양한 폭스바겐 차량 전면부에 금속 부품을 강화하는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결과 이전 파사트가 불합격한 보험업계의 시험을 2020년 이후 판매된 차량은 통과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영상 때문인지 중국 시장에서 더욱 거세지는 친환경차 판매와 현지 중국 브랜드 성장 때문인지 폭스바겐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존 20%에서 16%로 축소되고 판매량 역시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 24.8%를 하회하는 7.1%에 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우리가 이번 중국 사례에서 생각할 부분은 국내 자동차 안전 기준을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사양을 달리한 동일한 이름의 차량을 판매한다. 이를테면 미국에서 판매하는 폭스바겐 파사트와 유럽 혹은 중국과 한국에서 팔리는 차량이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의미다. 

각 국가와 지역에 맞춰 외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안전사양 또한 차이를 보인다. 완성차 브랜드 입장에선 각 국가별 안전기준에 최대한 적합하게 제작해 판매할 것이고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 증대가 주요 사안이 만큼 절대 오버 스펙의 차량을 만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 판매되는 차량은 중국보다 안전할까. 이번 중국 파사트 영상 속 충돌 테스트 실험은 2012년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첫 도입한 스몰 오버랩 테스트다. 교통사고 사망자의 25%가 국소부위 충돌로 인한 사고 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신차 충돌 테스트 기준에 새롭게 추가한 것으로 해당 테스트는 차량의 전면 25%를 64km/h 속도로 약 1.3m 높이의 장애물과 충돌 시켜 평가가 이뤄진다. 

첫 도입 당시 가장 가혹한 충돌 테스트로 평가받으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비롯한 다수 글로벌 완성차 제품들이 기준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이후에는 차량 전면에 다양한 보강 작업을 통해 해당 기준을 통과하는 차량이 늘었고 IIHS는 운전석 뿐 아니라 조수석 스몰 오버랩 또한 진행하며 더욱 심도 높은 신차 충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달리 국내는 2009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신차 안전도 평가에 처음으로 부분정면 충돌 테스트를 항목에 추가했다. 국토해양부 역시 해당 테스트에 대해 부분정면 충돌은 자동차 정면보다는 일부만 충돌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방법으로는 충돌속도 64km/h, 40% 옵셋 변형벽 정면충돌 시 차량 내 탑승객 충돌 안전성을 다룬다. 그리고 해당 항목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국내에선 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25% 스몰 오버랩 테스트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스몰 오버랩 테스트 도입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일부 진행됐으나 국내 도로 여건상 국도와 고속도로 대부분에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차량이 교차하는 충돌 사고가 없고 시내에선 속도를 내지 않아 큰 사고가 일어날 일이 없다며 묵살됐다. 중국은 2018년부터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도입해 왔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파사트 영상과 함께 중국 내 폭스바겐 인지도가 하락하자 현지 폭스바겐 대변인이 중국은 미국과 달리 중앙 가드레일 설치를 이유로 보강작업이 필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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