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RX 450h, 세상 부드러운 '마법의 양탄자' 날아 오르듯

  • 입력 2021.08.11 12:00
  • 수정 2021.08.17 14: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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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절반이 SUV로 채워졌다. 속도가 워낙 빨라 SUV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고 잘 팔린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 불과 3~4년 전인데, 작년에 팔린 신차 비중이 51.4%를 돌파했다. 이보다 더한 변화는 SUV가 포함된 다목적 차종 전체 수요 가운데 대형 비중이 50%나 된다는 사실이다. 

레저는 물론 일상에서 활용 범위가 넓은 차를 사려는 욕구가 많아진 탓이다. 덕분에 국산차나 수입차나 대형 SUV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SUV와 함께 새로운 지배 세력으로 부상한 것이 친환경차다. 하이브리드카(마일드 하이브리드카 포함), 수소 전기차, 순수 전기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작년 통계와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무려 72.9%가 늘었다.

전기차 관심도가 급증했지만 친환경차 수치 대부분은 하이브리드카로 채워진다. 상반기 전체 친환경차 90%가 하이브리드카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1.4% 증가한 것이다. 상반기 내수가 감소한 가운데 친환경차 수요는 역주행을 했다. 반면 수입 친환경차는 60% 이상이 마일드 하이브리드였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친환경차로 보는 건 억지다.

수입 친환경차는 따라서 나머지 40%만 진짜 하이브리드카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 중 99%가 토요타와 렉서스 하이브리드카다. 결론을 내리자면 '대형 하이브리드 SUV'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인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 차가 있다. 렉서스 RX 450h, 국내에서 팔리는 하이브리드 프리미엄 SUV 중에서 가장 큰 모델이다.

렉서스 RX 450h 외관은 4890mm 전장이 주는 위압감에 대형 스핀들 그릴이 주는 웅장함이 더해져 있다. Bi-LED가 탑재된 트리플 빔 헤드램프와 주간전조등, 안개등 같은 것들이 매우 얇고 예리한 모습을 하고 있어 스핀들 그릴이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는 것도 있다. 루프 라인과 벨트라인, 캐릭터 라인이 만나는 측면 끝부분 감성, L자로 마감한 리어 램프와 범퍼 디퓨저도 깔끔했다.

인테리어는 토요타 포함 가장 트랜디하다. 화면 터치와 콘솔에 있는 리모트 터치로 접근이 가능한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RX, UX에도 있는 것이지만 위치와 크기, 사용 편의성에서 가장 뛰어난 구성을 하고 있다. 콕핏 영역을 잘 구분해 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동승자석 콘솔 높이를 다르게 하고 대시보드 라인을 운전석으로 트이게 한 비대칭 구조 효과다.

렉서스 RX 450h 실내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촉감 만족도가 높다. 플라스틱 소재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시트나 대시보드, 콘솔 측면, 무릎이 닿는 부분까지 천연 가죽 아니면 인조 가죽, 레이저 컷 우드 트림, 우레탄 등을 사용했다. 센터패시아 오디오 다이얼 회전감은 환상적이다. 턱턱 걸려 넘어가는 일반적인 것들과 다르다. 2열 시트는 60:40 파워 폴딩 시스템을 갖췄다. 트렁크에서 버튼을 누르면 접고 펴져 광활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테일 게이트는 스마트 키를 소지하고 범퍼 아래쪽으로 발을 차도 열린다. 

이보다 개인적 취향이기는 한데, 적절하게 혼합된 아날로그 감성이 좋다. 디지털화된 센터패시아 중앙에 아날로그 시계가 있고 그 아래 CD 플레이어도 보인다. 요즘 차에서 보기 힘든 것들이다. 아날로그 클러스터도 예전 것 그대로다. 이런 익숙한 것이 좋다. 첨단 편의 사양이 없는 건 아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마크 레빈슨 오디오가 적용돼 있다.

RX 450h는 3.5ℓ V6, D-4S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된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른 건 포트 분사와 직분사 방식이 혼용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연비(복합 12.8km/ℓ )와 성능 수치를 높였다. RX 450h 시스템 최고출력은 313마력(PS), 최대 토크는 34.2kgf.m이다. 휘발유 3.8ℓ 배기량을 가진 국산 대형 SUV와 좋은 비교가 된다. 여기에 렉서스 사륜구동 E-Four 시스템이 더해졌다.

믿고 달려봤다. 직전 시승차가 디젤 SUV였고 늘 타는 차가 V6 3.0 디젤 엔진을 탑재한 SUV인 탓에 당연한 얘기지만 주행 질감에 뚜렷한 차이를 느꼈다. 이 차이는 오랜 시간 운전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순수 휘발유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개입하면서 '마법의 양탄자'처럼 매끄러운 감성이 더해져 조금 과장하면 '마법의 양탄자'처럼 나는 듯 했다.

이중 흡·차음제 1열 유리, 윈드실드 선형, 그리고 곳곳을 꼼꼼하게 흡·차음재로 마감해 보닛 아래에서 나오는 진동과 소음, 고속에서 발생하는 풍절음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맥퍼슨 스트럿과 더블 위시본으로 조합한 서스펜션은 의외로 단단한 쪽이다. 덕분에 아주 미세한 잔 진동까지 수용해 노면을 가리지 않고 일관된 승차감을 보여준다.

아쉬운 것도 있다. 고분고분한 주행 특성이 있지만 과격한 코너링, 급제동에서 움직임이 살짝 불안해진다. 코너를 거칠고 빠르게 진입하면 다시 자세를 잡는 시간이 길어지고 제동 타이밍을 잡는데도 애가 들어간다. 차분한 성격에 거친 것들까지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 무리일 수 있겠다.

안전 사양도 잘 갖춰놨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 오토매틱 하이빔(AHB)으로 구성한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 사각지대 감지 모니터(BSM)와 후측방 제동 보조 시스템(RCTAB)도 적용됐다.

<총평> SUV는 세단 이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공간과 안전에서 특히 그렇다. 장거리 주행이 잦은 특성도 있어 연료 효율성, 안락한 거주 편의성도 요구한다. RX 450h는 비교적 충실하게 이런 조건에 부응한다. 기본 539ℓ, 2열 폴딩으로 최대 1612ℓ를 확보할 수 있는 러기지 공간과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이 적용됐고 65ℓ 탱크를 가득 채우면 가솔린 3.5ℓ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어떤 경쟁차보다 긴 거리를 달릴 수 있다. RX 450h 가격은 9160만 원(이규제 큐비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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