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자동차 버튼과의 전쟁, 그 멋스러움이 사라져가는 아쉬움

  • 입력 2021.08.10 12: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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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준대형 세단 K8 인터페이스는 기발하다. 대부분 자동차에서 센터패시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버튼류 대부분을 삭제했다. 공조와 오디오, 내비게이션 조작에 필요한 버튼류를 위아래 폭이 5cm도 안 되는 얇은 패널에 모두 담았다. 영리하게  패널 하나를 공조와 엔터테인먼트로 나눠 전환해 작동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센터패시아는 깔끔해졌다. 드라이브 모드, 카메라, 오토 홀드 버튼 정도만 살아남아 콘솔부를 지키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트랜드가 이렇다. 자동차에 필수적인 다양한 기능을 수많은 버튼류가 맡아 왔는데 몇 인치로 구분되는 디스플레이에 담겨 손가락 터치, 손바닥 제스처에 반응하고 있다. 오디오 볼륨과 주파수, 공조 장치 온도 설정이나 바람 세기 조절, 내비게이션 버튼 정도가 사용 빈도가 높다는 명분으로 끈질기게 살아남았지만 요즘 이마저도 사라져가고 있다. 

얼마 전 시승한 신형 티구안은 그마저 없애 버렸다. 오디오며 공조 버튼류까지 모든 기능을 햅틱 컨트롤로 조절한다. 센터패시아에 살아남은 버튼류는 단 한 개도 없다. 편하기도 하고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제 이런 인터페이스에 소비자가 맞춰가고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내연기관차를 몰아내면서 물리적 버튼이 멸종해 가는 시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닛산이 최근 공개한 순수 전기차 아리야(Ariya)가 그걸 보여준다. 전원을 넣기 전 아리야 대시보드에는 시동 버튼 말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시동을 걸면 원목처럼 결이 살아있는 플라스틱 패널에 필요한 아이콘이 등장한다. 아이콘 전부는 터치와 햅틱 컨트롤로 반응한다. 

우드 스피커가 연상된다. 가장 오래 살아남을 것으로 보였던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버튼도 햅틱 컨트롤에 반응한다. 닛산은 혹여 있을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손가락과 손톱, 압력 강도, 각도 등 다양한 조건에서 매우 엄격한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닛산 아리야 이전부터 자동차 인터페이스는 극도로 간결해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테슬라는 대형 디스플레이에 기존 자동차가 필요로 했던 버튼류 80% 이상을 담았고 이후 등장한 콘셉트카 대부분이 같은 방식으로 실내를 다듬어왔다. 그리고 최근 등장하는 신차들에서 차츰 버튼류가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 신형 투싼과 기아 K8, 화려한 센터패시아를 과시해 왔던 포르쉐도 파나메라 모델에서 가상의 버튼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버튼 하나에 기능 하나를 담는 한계도 무너지고 있다. 핀란드 카나트가 개발한 차세대 버튼은 평소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처럼 가볍게 터치하면  드러나고 원하는 위치와 기능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자동차 버튼 위치를 바꾸는 일, 필요 없다면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도 자율주행 시대가 오기 전 까지다. 지하철 객차와 같이 덩그러니 승객석만 있는 자동차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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