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 토종 SUV 틈새를 노린 영악한 SUV

  • 입력 2021.08.09 18:00
  • 수정 2021.08.10 09: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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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엠블럼을 달았는데 수입차 같지 않다. 새로운 디젤 심장 'EA288 evo'를 이식하고 여러 곳 변경 사항이 있는데도 가격을 내려 경쟁 차급 국산 SUV를 눌러버렸다. 폭스바겐 신형 티구안(부분변경) 2.0 TDI 시작 가격은 4005만7000원, 프로모션 조건을 충족하면 3802만7000원으로 내려간다.

트림과 사양에 따라 다르지만 배기량이 한 참 낮은 국산 준중형 SUV와 차이가 크지 않다. 배기량을 계산에 넣으면 티구안 최고급형(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과 비슷한 패키지를 보탠 국산 중형 SUV보다 싸다. 신형 티구안에서 다른 수입차와 같은 거부감이 없는 이유다.

가격 말고도 눈여겨 볼 것이 디젤 파워트레인이다. 세상 전부가 내연기관을 버리겠다고 아우성치는데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브랜드는 디젤 엔진이 가진 효율성을 신뢰하고 있다. 그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티구안에 새로 탑재된 'EA288 evo'다. 폭스바겐은 트윈 도징(Twin dosing)으로 잘 알려진 배기가스 저감 시스템으로 지구상 가장 가혹한 연비 규제 유로6까지 대응했다.

트윈 도징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SCR(선택적 환원 촉매)을 하나 더 추가한 방식이다. 엔진에 바로 연결된 변환기 말고도 차체 하부에 촉매 변환기 한 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엔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이 변환기는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은 질소산화물을 재 연소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현저하게 낮춘다. 질소산화물(NOx) 저감 효과가 무려 80% 이상이라는 것이 폭스바겐 설명이다.

트윈 도징 효과를 체감할 방법은 없다. 시승을 모두 마치고 확인한 연비로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긴 거리를 달린 것은 아니지만 신형 티구안 평균 연비는 14km/ℓ대를 찍었다. 더 길게 달렸으면 이 수치가 더 올랐을 것으로 확신한다. 연료 효율성, 연비가 좋으면 배기가스 배출량은 준다. 시승한 신형 티구안 2.0 TDI 4 Motion 인증 연비는 복합 기준 12.3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142g이다.

최고출력 150마력(3,000~4,200rpm)과 최대토크 36.7kg.m 퍼포먼스는 평범한데 질감이 다르다. 알맞게 조여 놓은 엔진의 회전 질감이 매우 규칙적이고 고르다. 7단 DSG 변속기는 속도를 상승시키고 급격하게 줄일 때 응답이 빠르다. 가솔린 이상으로 엔진 반응이 민첩한데, 이건 힘의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폭스바겐 2.0 TDI 장점이고 특징이다.

오르막길, 빠른 코너링, 험로와 같이 필요한 때를 잡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륜구동이 달려있다. 빠른 응답성에 반응하는 차체 거동은 따라서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적당한 크기를 가진 스티어링 휠로 빈틈없이 구현되는 조향감과 조향력도 인상적이다. 구르고 돌고 치고 나가고 멈추는 모든 움직임에서 견고함이 느껴지는 것도 신형 티구안 매력이다. 폭스바겐 차들이 대부분 가진 특성이기도 하다.

폭스바겐 운전 보조 시스템 '트래블 어시스트’는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인상적인 것은 출발부터 시속 210km에 이르는 주행 속도 구간에서 앞차와 거리를 고려해 속도와 차로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구현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다.

하얀 피부를 가진 도시 남자처럼 보이지만 신형 티구안에는 오프로드를 견뎌낼 근성을 갖추고 있다. 사륜구동 말고도 내리막길 속도제한 장치가 있고 주행모드도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세팅이 가능하다. 서스펜션을 포함한 섀시 전체를 아주 세밀하게 조절하고 설정할 수 있는 인디비주얼 모드도 있다. 비포장길을 달릴 때 유용하다.

맥퍼슨 스트럿(전), 멀티 링크(후)로 조합한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세팅돼 있어 비포장 길에서도 잔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 포장된 길 승차감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N.V.H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아쉽다. 저속에서 도드라지는 현상이지만 노면 소음, 바람 소리, 공회전 진동소음이 보통 이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중속 이상에서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외모도 상당 부분 공들여 다듬어놨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범퍼 아래쪽 균형을 잡아주는 라인들에 곡선이 강조됐고 헤드라이트와 리어 램프 그래프도 세련된 형태로 변경됐다. 이 가운데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는 조사 강도와 각도를 키우고 넓히는 동시에 상대 운전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기술이 반영됐다. 야간 운전을 해 보면 그 차이가 확실하다.

후면부는 티구안 레터링을 앰블럼 아래 중간으로 자리를 옮기고 방향 지시등을 시퀀설 타입으로 변경해 고급스럽게 꾸몄다. 실내 구성에는 변화가 없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IB3'가 적용돼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게 됐고 9.2인치 멀티 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클러스터도 보인다.

센터패시아에서 멸종된 버튼류는 모두 터치에 반응하게 했고 제스처로 센터 디스플레이 화면 전환이 가능하게 한 건 여전하다. 2열 도어까지 구현하는 30가지 컬러 앰비언트 라이트, 파노라마 선루프가 선사하는 개방감도 인상적이다.

<총평> 가격 말고도 신형 티구안은 총 소유 비용(TCO) 부담을 낮추는데도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5년/15만km 보증 연장, 사고 차량 보험 수리 자기부담금을 최대 5회까지 무상 지원해 준다. 이런 것이 기본기 만큼 구구절절 얘기가 필요 없는 폭스바겐 주력 SUV 티구안을 국산 차로 착각하게 만든다. 준중형과 중형으로 어정쩡하게 세그먼트를 나누고 있는 국산 SUV 틈새를 노린 영악한 SUV다. 티구안이 지난해 휘발유고 경유고 수입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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