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보복소비 끝났다? 자동차 외자 3사에게 다시 없는 기회

  • 입력 2021.08.03 10: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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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더믹에도 잘 버텨왔던 자동차 내수가 약세로 돌아섰다. 수입차와 상용차 포함 상반기 신차 판매 대수는 92만4000여 대.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4만8000여 대보다 2.6% 감소한 수치다. 국산 브랜드만 따지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입차와 대형 상용 브랜드를 제외한 5개 완성차 상반기 실적은 같은 기간 4.1% 감소한 73만6000대에 그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 신규 등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는 17.9% 증가한 16만7000여 대를 팔아 시장 점유율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18.1%로 치솟았다. 눈에 띄는 것은 독일 브랜드 시장 점유율이 국내 전체 내수 수요 가운데 10%를 돌파했다는 사실이다. 수입차가 큰 폭 증가하고 현대차와 기아가 예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상반기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계는 연초 코로나 19가 진정세를 보이고 1월 수요가 전년보다 16.6% 증가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하자 억눌렸던 심리가 살아나는 '보복 소비'에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2월 23.9% 급증한 내수는 3월부터 줄기 시작해 5월 14.8% 급감했고 이 때까지 누적 판매량마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8% 감소세로 전환했다. 6월에도 자동차 내수는 23.4% 줄었다. 7월 국내 5개 완성차 판매도 14.5% 감소했다. 

우려스러운 통계지만 자동차 업계는 보복 소비 욕구가 여전하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 욕구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팔고도 인도하지 못해 급증한 미 출고분이 이를 증명한다. 생산 차질에 따른 미출고 적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약 30만여 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에 쏠려 있지만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181만4000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늘었다. 그런데도 출고 적체가 벌어지는 것은 수출 물량 공급에 우선 집중한 탓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사정이 해외 공장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 대부분 글로벌 제작사가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신차에 웃돈이 붙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어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우선 배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수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일부 모델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인도 받을 수 있다. 신차급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일도 있다. 해외 생산 시설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해 시작해 아직도 진행 중인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에 따른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처럼 사정이 나은 국내 생산분으로 해외 시장 수요를 감당하는 현재 상황은 수출 비중이 큰 한국지엠, 르노삼성차에게 절대 호기다. 생산량을 최대한 늘려도 다 내다 팔수 있어서다. 내수 부진에 따른 경영 부담을 덜고 해외 본사 신뢰를 얻고 그래서 생산 물량을 더 배정 받을 수도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부산공장을 풀 가동해 XM3를 만들면 전량 수출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도 주력 수출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 생산량 확대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성에 차지 않고 있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와 칸도 출고하지 못한 수량이 4000여대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출고 적체에 따른 국내 소비자 불만이 쌓여가고 있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다른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봐야 한다. 현대차가 무분규로 노사 협상을 마무리했는데도 잡음이 여전한 데다 공장도 100% 가동하지 못하면서 만들기만 하면 죄다 내다 팔 호기를 놓치고 있다. 상반기 시장 점유율이 입을 맞춘 것처럼 3%대에 머무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외자 3사가 수출 최대 호황기를 잡지 못해 생존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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