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샌프란시스코 '부자들만 교통 혼잡세 내라'

  • 입력 2021.07.27 12:33
  • 수정 2021.07.27 12: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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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자동차를 없애 버리겠다고 선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가 이번에는 '교통 혼잡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스앤젤레스, 뉴욕과 함께 차량정체가 극심하기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2025년까지 차 없는 도심을 목표로 교통량을 제한하고 일부 거리 통행 제한과 같은 강력한 억제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2009년 시작한 교통량 제한으로 반짝 효과를 본 샌프란시스코는 그러나 우버와 리프트 등 공유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차량정체가 다시 심각해지자 도심 진입 차량에 혼잡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에 혼잡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라 적용 대상을 구분하겠다고 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교통 당국은 최근 "코로나 19 팬더믹 완화로 최근 도심 교통량이 급증했으며 이에 따라 연간 수입액에 따른 혼잡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0만 달러(약 1억1500만 원)를 넘으면 6.50달러(약 7500원), 그 이하는 차등 부과하고 4만6000달러(약 5300만원) 미만은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교통 혼잡세 부과에 찬성하는 이들은 "도심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대기 오염과 보행자 교통사고 감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경기 회복이 시작도 안 했는데 세금 걷을 생각부터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도심 외곽 출·퇴근자 부담이 커지고 레스토랑과 관광지를 찾아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현지인 대부분도 특정 계층에 혼잡세를 부과하려는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를 사고 기름을 넣으면서 이미 충분한 세금을 냈다거나 공무원 급여를 충당하려는 꼼수,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소득증명서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라며 소득 수준에 따라 교통혼잡세를 차등 부과하려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아예 떠나버리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우리가 남산터널을 이용해 서울 북부 도심으로 진입할 때 교통혼잡세를 부과하는 것처럼 비슷한 정책을 도입한 국가와 도시는 많다. 미국 뉴욕과 LA,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롬 등 많은 국가와 도시가 도심 교통 혼잡을 막고, 환경을 위해, 보행자 이동권 확보 등을 이유로 교통 혼잡세를 걷고 있거나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규모에 따라 부과 대상자를 나눈 곳은 흔치 않다. 

샌프란시스코 교통혼잡세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결정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어떤 반론에도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쏠리고 있다. 도심 진입 차량을 억제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전 세계 교통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도심 도로 대부분을 공원으로 만들었고 거주자가 아니면 자동차를 몰고 다닐 수 없도록 한 곳도 있다. 

또 하나, 최근 남성이 여성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에로루프 연구팀이 총 277개 제품 사용량을 토대로 성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남성은 평균 10t, 여성은 8.5t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격차 대부분이 남성이 자가용을 몰 때 여성이 대중교통을 이용한 데서 났다. 연구팀은 자동차 통행을 스스로 또는 정책으로 규제하고 재활용품을 사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많게는 38%까지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보다 기존 자동차 운행률을 줄이는 것이 온실가스 저감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 혼잡세 부과와 같은 정책이 누가 대상이든 해야 할 일로 보는 이유다. 더불어 '차 없는 거리' 이벤트, 우회 진입로가 수두룩하고 더 빠를 수도 있는데 도심 교통량을 줄이겠다며 커피값보다 낮은 혼잡세를 습관적으로 받는 서울 남산터널이 떠 오른다. 도심 경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조차 모호한데 효과는 있는지 그렇게 걷어 들인 교통 혼잡세는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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