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는 '봉', 수입차 최고 2배 폭리

  • 입력 2012.08.22 15:1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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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입차 주요 모델 각 국가별 판매가격(옵션 및 트림별 가격을 감안하였음)

국산차들이 해외시장 가격정책을 고가전략으로 수정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주요 경쟁업체들이 유럽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있는 추세와 달리 현대차를 위시한 국산차 업체들이 정반대의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을 낮춰 시장 상황에 대응하면 일시적으로 판매가 증가할 수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기업 이미지의 실추와 함께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오히려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위기상황일수록 제 값을 받아야만 브래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경쟁업체들의 물량공세나 할인공세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까지 지속해 온 제값받기 정책을 통한 경영내실화로 위기를 돌파하라"고 지시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국내 2위 수출 업체인 쉐보레의 핵심 모델들도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더 비싼 가격을 받고 있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FTA 체결 등으로 추가적으로 가격을 내릴 요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자국내는 물론 미국 등 주요 지역보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정책을 고수하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국산차가 해외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수입차 업체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국산 모델들이 그 동안 저가 정책으로 시장 확대에 주력한 이후 제값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시장별 가격 차이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 그리고 자동차에 적용된 사양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통상적인 기준으로 국산차와 해외업체들이 주요 시장에서 어떤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는지 실제 모델들의 가격을 토대로 점검해봤다. 

그랜저, 쏘나타 등 해외시장 가격 국내보다 높아=국산 수출차 가운데 해외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델별 가격을 보면 국산차의 가격 정책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쏘나타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평균 2200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가장 큰 지역인 미국에서는 29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보다 무려 700만원이나 높은 가격이지만 쏘나타는 올해 1월부터 지난 7월말까지 13만8000여대나 팔려 나갔다. 유럽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i30도 국내에서는 평균 22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2600만대로 4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i30는 폭스바겐을 비롯한 경쟁사의 동급 모델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하면서도 해치백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2800만원대의 쉐보레 말리부도 유럽에서는 400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산차들이 해외시장에서 제 값 또는 경쟁사 동급 모델보다 비싼 가격정책을 고수하면서도 판매가 잘되는 이유는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만족할 만한 상품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유가에 따른 경기부진으로 고효율 연비를 우선하는 새로운 소비트랜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국산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거꾸로 가는 수입차, 국내 가격 가장 높아=미국,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로 관세가 인하되면서 한 때 수입차 업계의 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수입차의 가격 구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여전하다. 오히려 '그 동안 얼마나 거품이 심했으면 그렇게 가격을 내리고도 마진을 남기고 있느냐'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수입차 업체들의 국내 및 해외시장 가격 구조를 살펴보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오히려 관대한 편이다.

최근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BMW의 경우 인기 모델인 528i의 국내 판매가격은 6740만원이다. 하지만 528i는 자국인 독일에서 5680만원, 미국에서는 53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무려 1000만원 이상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꼴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E350도 국내 가격은 9600만원대에 달하지만 미국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700만원, 유럽에서는 63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폭스바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골프 2.0 TDI는 3300만원대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26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독일의 국민차로 불리는 브랜드의 특성때문인지 유독 자국에서는 해외보다 더 낮은 가격대에 팔리는 모델이 많았다.

아우디 A6 3.0 모델도 국내에서는 8400만원대, 미국은 57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자국에서는 국내와 가격이 비슷하다. 독일 업체들이 수입차 시장에서 무서운 성장세를 거두고는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바가지를 쓰고 있는 모양새로 볼 수 있다.

특히 독일은 EU와의 FTA로 관세혜택이 부여되고 있는 국가이면서도 미국 시장보다 높은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그런만큼 독일 업체들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늘 곱지가 않다.

가격, 서비스...소비자 불만 급증=수입차, 특히 독일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가격정책을 고수하는데 따른 불만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애프터서비스와 관련된 불만들이 급증을 하고 있다. BMW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잦은 고장과 결함으로 최근 여론의 질타를 받은데다 소송에서도 패소하는 수모을 당했고 아우디 역시 무성의한 고객 응대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시장 지배력이 큰 업체일수록 이런유형의 고객 불만이 더 크고 잦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업계의 비뚤어진 가격구조와 부당한 부품유통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입차 업계는 차량은 물론 부품 가격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상대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만큼 공정한 가격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임기상 시민연합 대표도 "공정한 거래는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며 "자동차 구매에 가장 큰 선택의 요소인 가격에서 한국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직접 나서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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