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믿고 탔는데 배출가스 담합 'BMW와 폭스바겐' 천문학적 벌금

  • 입력 2021.07.12 10:40
  • 수정 2021.07.12 10:48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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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디젤차 배기가스 정화 기술 관련 담합 의혹이 제기된 폭스바겐그룹과 BMW그룹에 10억 달러, 한화 약 1조1450억원의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했다. 집행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자진 신고하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과징금은 피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를 판매하는 다임러그룹 역시 이번 담합에 함께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가 그동안 믿고 타던 독일차가 더 발전된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었지만, 눈앞에 이익을 위해 '짬짬이' 담합을 통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과감히 포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의 담합은 지난 2017년 7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보도로 처음 제기됐다. 당시 슈피겔은 "1990년대부터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BMW, 다임러 등 5개 업체는 자동차 제조 기술, 생산 비용, 배기가스 정화 장치 등과 관련해 담합해왔다"라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담합'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슈피겔은 이들 업체가 지난 1990년부터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와 관련해 담합 해왔으며 내용 중에는 디젤차 배기가스 정화 장치와 관련된 것들이 포함됐다고 폭로했다. 디젤차 배기가스 정화 장치 관련으로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SCR시스템을 장착할 경우 ‘애드블루(AdBlue)’라고 불리는 요소수가 필요한데 이 요소수를 담아두는 탱크 규격과 배합 비율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슈피겔은 이들 업체가 애드블루 탱크의 규격이 커질수록 원가 상승을 고려해 작은 탱크를 쓰기로 서로 합의했으며 이들이 합의한 규격은 질소산화물을 정화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당 보도와 관련해 폭스바겐그룹, BMW그룹, 다임러그룹은 내용을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4년의 세월이 흘러 결국 의혹은 사실로 드러난 것.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밝힌 이들의 담합 내용은 앞서 슈피겔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고 SCR 개발과 관련된 정기적 기술 회의(circles of five) 그리고 경쟁을 피하고자 논의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집행위는 이 같은 행위가 2009년 6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년에 걸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BMW그룹에는 4억4200만 달러, 폭스바겐그룹은 5억9500만 달러 과징금이, 다임러그룹은 8억6100만 달러를 내야했으나 담합을 자진 신고한 이유로 벌금은 피했다. 

뒤늦게 결론 내려진 이들의 담합 사실은 각 업체에 부과된 과징금액과 유무를 떠나 그동안 쌓아온 소비자 신뢰를 한순간에 깰 수 있는 문제라 더욱 충격적이다. 더구나 국내 수입차 판매 절반 이상 점유율을 줄곧 유지하던 독일차 대표 브랜드의 비양심적 행동이 민낯으로 전해져 한편으로는 배신감 또한 전해진다. 선도적으로 첨단 기술을 도입하며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꾸준히 강조해 왔던 업체가 뒤편에선 이익 챙기기에 거침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씁쓸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이번 담합을 설명하며 매년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수백만 대의 신규 디젤차가 판매되거나 이미 많은 차량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밝히며 소비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는 것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들 업체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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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짬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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