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현대차 판매왕, 기아 그랜드 마스터 또 볼 수 있을까?
[김흥식 칼럼] 현대차 판매왕, 기아 그랜드 마스터 또 볼 수 있을까?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1.06.30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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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정기적으로 비용을 내면서 구독하는 것을 추려봤다. 넷플릭스, 유튜브 뮤직, 애플 클라우드, 어도비, 주차장 세차, 일간지 또 이것 말고 뭔지 모르는 소액 몇 개가 매월 통장에서 추가로 빠져나간다. 예전 같으면 신문값이나 통신비, 보험료 정도에 그쳤던 정기 구독료 대상과 영역은 이렇게 다양해졌다.

상품과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혹은 대여)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 '구독경제'가 지금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품 하나를 구매해 질리도록 또는 망가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수시로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갖는다. 물건을 사면 헤지도록 쓰고 오래되면 가치를 더 인정받는 시대는 갔다.

불법 복제품이 난무하면서 한 때 고사 위기로 내몰렸던 어도비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구독 방식을 도입해 살아났다는 일화도 기억에 있다. 어도비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최근 5년 매출이 4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차와 제네시스, 기아, 르노삼성차 등 국내 메이커와 수입차도 앞다퉈 자동차 정기 구독 플랫폼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가 2019년 출시한 '현대 셀렉션'은 매달 일정액을 내면 총 14개 차종을 원하는 대로 골라 탈 수 있다. 알음알음 장점이 알려지면서 현재 회원 수가 1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고 한다. 현대 셀렉션 특징은 약정기간, 선납금, 위약금이 없다는 것, 적게는 59만 원에서 많게는 99만 원을 내면 상품에 따라 최대 7개 차종을 거리 제한 없이 바꿔가며 내 차와 다르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때그때 필요한 차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자동차 구독 장점"이라며 "대리운전이나 쇼핑, 바이크와 같은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모빌라이즈도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모빌라이즈는 월 70~80만 원을 납부하면 월 단위로 모델을 바꿔가며 내 차처럼 사용할 수 있다.

구독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유류비를 제외한 나머지 운행, 관리, 유지에 신경 쓸 것이 없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델과 일정을 지정하고 원하는 장소까지 탁송을 신청하고 결제까지 이뤄지는 편의성도 갖고 있다. 월 구독료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연간 또는 평생 자동차 사용 패턴에 따라서는 직접 구매하거나 기본 사용 약정 기간이 필요한 렌터카나 리스보다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구독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2022년에는 올해 대비 70% 이상 성장하고 2027년 미국 시장 규모가 12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또는 자율주행차가 시장을 주도하면 자동차 구독 경제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전량 전기차 공유 서비스도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시장 변화에 기존 완성차 메이커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유명 브랜드 대부분이 구독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구독 경제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구독이 확산하고 일반화하면서 이에 따른 산업계 변화에 주목할 때가 됐다.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고 빌린다면 가장 먼저 영업사원 역할이 줄 거나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 구독 경제는 완성차 제작사가 직접 운용하는 것이 현재 추세다. 자동차를 만들어 직접 소비하기 때문에 영업사원이 필요 없게 된다. 공유 경제 시장 규모와 수요가 커지고 증가할수록 영업사원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수많은 전시장을 꾸릴 이유도 없다. 차량을 전시하고 보관하고 수리해 탁송을 담당할 장소와 인력만 있으면 된다. 완성차 메이커는 대량 생산과 판매로 올리는 수익 비중과 의존도를 줄이고 이를 구독료로 채울 수 있다. 생산직 역시 지금 규모를 유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멀게는 베이비 붐 세대부터 부머(Boomer), Z세대인 주머(Zoomer)세대는 자동차 말고도 뭐가 됐든 소유에 대한 욕구가 없다고 한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으면 된다는 이들 세대 인식이 공유 경제를 키우고 있다. 자동차 구독 경제는 연간 수 백대, 지금까지 몇천 대를 팔았다는 판매왕을 더는 만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영업사원 얘기가 과거 전설이 될 날이 오고 있다. 구독 경제의 확산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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