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K8 하이브리드 '무박시승' 연료 부족 경고등이 들어 올 때까지

  • 입력 2021.06.21 08:00
  • 수정 2021.06.21 10:3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요타 프리우스에 이어 2주 연속 하이브리드카를 몰았다. 어느 날 오후 4시 10분, 경기도 군포에서 기아 K8 하이브리드 트립 리셋을 하고 영동고속도로에 올랐다. 이번에는 목적지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카 시승을 연이어 한 이유는 다르지 않다. 하이브리드카가 왜 전기차와 공생해야 하는지 얘기하고 싶은데 그걸 보여주려고 연료 경고등이 켜질 때까지 '무박시승'을 나섰다.

온통 전기차 얘기뿐이다. 관심과 차종이 높아지고 많아졌으며 시장이 커졌다. 반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전 시간 얘기한 것처럼 전기차 환경 효율성은 아직 하이브리드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와 인체에 치명적 유해물질 배출량이 전주기로 봤을 때 전기차 하이브리드카보다 많다. 자동차 산업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데 따른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것들이다. 전기차 환경 효율성이 하이브리드카를 넘어설 때까지 공생해야 하는 이유다. 기존 내연기관 주행거리 연장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중기적으로 하이브리드카와 같이 내연기관과 전기 시스템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대체 에너지, 수소 전기차와 같은 미래 기술도 함께 살펴보면서 속도를 조절해야 할 때다.

무박으로 수백 km를 달린 K8 하이브리드 연료 효율성을 보면 하이브리드카 혜택을 줄이는 정부 정책은 재고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K8 하이브리드 시승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처음 출시됐을 때 92km 정도를 달려 19.4km/ℓ 연비를 기록했다. 비결은 다운사이징과 감량이다. 2.4ℓ 가솔린 엔진을 1.6ℓ 터보 하이브리드로 다운사이징하고 무게는 45kg을 줄였다.

모터 개입이 적극적인 것도 인상적이다. 시속 80km 이상에서도 전기 모드가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양립하기 어렵다는 연비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잡았다는 호평을 듣는 차가 K8 하이브리드, 요즘 하이브리드카다. 달리는 맛도 삼삼하다. K8 하이브리드 최고 출력은 180PS(마력), 최대 토크는 27.0kgf·m으로 이전 하이브리드 2.4ℓ 가솔린 파워 트레인보다 제원이 좋다. 이런 특성은 무박으로 수 백km를 달리는 내내 나타난다. 조용하면서도 매끄럽게, 저속에서 급가속하고 중속으로 스피드 미터 게이지를 올려도 노련하게 반응을 해 준다.

하이브리드카에서 나타났던 이질감도 싹 사라졌다. K8 하이브리드 상품에 대한 소개는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낸다.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는 운전보조시스템이다. 영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도는 12시간 이상 운전이 가능했던 것도 다 운전보조시스템 덕분이다. 운전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가속 페달과 제동 페달을 조작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피로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출발했지만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곳이 있기는 했다. 이른 봄, 경치에 반했던 경북 영덕 풍력발전 단지다. 환경이며 하이브리드카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강릉에서 7번 국도로 빠져 달렸다.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까지 416km, 5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에 가까웠다. 의외로 긴 거리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주변 풍경은 볼 수 없었다.

여기서 다시 강릉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번에는 동해 고속도로를 탔다. 내친김에 강원도 양양 하조대까지 달렸다. 이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하조대 도착까지 200km 넘게 달렸다. 누적 주행 거리는 640km, 총 주행 시간은 9시간이나 됐다. 그래도 K8 하이브리드 연료 게이지는 남아있었다. 동해 일출을 볼 요량으로 밤 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기다렸지만 새벽 비가 내렸다.

먹구름을 가득 품은 하늘에서 붉은빛이 살짝 돌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새벽 6시, 출발지로 되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남양주 요금소를 지나자마자 정체가 시작됐고 어제 출발한 군포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수도권 제1 순환 고속도로 군포 나들목을 빠져나온 직후 '연료가 부족합니다. 가ㅅ까운 주유소로 안내할까요' 메시지와 함께 연료 경고등이 켜졌다.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75km였다.

수많은 시승을 하면서 무엇이든 경고등이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누구라도 12시간 39분 동안 밤을 새워 가며 850km를 달리고 목적이 연료 경고등이었다면 반가움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달린 K8 하이브리드 평균 연비는 21.8km/ℓ로 표시돼 있었다. 경차도 아닌, 소형차도 아닌, 디젤차도 아닌 가솔린 준대형 세단 연비다. 남아 있는 주행 가능 거리를 보면 900km. 만약 연료통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면 1000km, 약게 운전을 했다면 그 이상도 가능했다고 자신한다. 시승 차 K8 하이브리드는 18인치 타이어, 빌트인캠장착으로 인증 복합연비 16.8km/ℓ 제원을 갖고 있다.

<총평> 비싸지 않느냐는 사람들이 있지만 K8 하이브리드 최고급형은 세제 혜택을 받았을 때 4200만 원 정도다. 비슷한 사양을 가진 일반 모델은 3800만 원, 여기에서 나는 400만 원 차이는 3년 할부를 기준으로 한 달 10만 원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무박 시승으로 확인된 연비를 보면 유류비 절감액이 더 클 것 같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주행거리가 길면 길수록, 이런 장점은 더 커진다.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면서 하이브리드카 시대가 갔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정부가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 따라서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