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온통 전기차 얘기뿐인데 폭스바겐 '멀티밴 eHybrid' 웬 관심

  • 입력 2021.05.20 11:20
  • 수정 2021.05.20 11: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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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이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멀티밴 e하이브리드(Multivan eHybrid)'를 살짝 공개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순수 전기차 대비 10% 남짓한 용량을 가진 배터리를 탑재해 짧은 거리는 모터로, 전력이 소진되면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한다. 상황에 맞춰 원하는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순수 전기차는 모터로 전부 구동이 되고 내연기관 엔진 구동에 힘을 보태는 역할로 그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다르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일정 거리를 순수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 보통은 순수 전기 모드로 30~40km 주행할 수 있고 회생 제동으로 거리를 늘려갈 수도 있다. 내연 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 동력을 각각 별개로 사용하기 때문에 장거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폭스바겐 멀티밴 e하이브리드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미니밴 또는 소형 화물차는 크기와 중량에서 가솔린이나 디젤 엔진을 가리지 않고 일반적인 승용차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 예를 들어 공차 중량 2t이 넘는 승합차에서 나오는 C02 배출량은 보통 km당 150g 수준이다. 반면 중형 가솔린 세단은 보통 500kg 가벼운 무게로 120g을 배출한다.  

자동차가 크고 무거울수록 오염 물질 배출량이 많은데도 친환경 바이블로 불리는 전기차 대부분은 승용 모델로 집중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세단과 같은 차종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폭스바겐 멀티밴 e하이브리드는 여러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이 차가 도심 운행 빈도가 많은 MPV, 즉 3열까지 갖춘 7인승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승합차라는 점이다.

자동차 오염물질은 공회전과 저속 주행을 반복하는 도심에서 더 많이 배출되고 장시간 머문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도심 도로변과 보행로 이산화탄소 농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이면도로보다 높다는 조사 결과가 여럿 나와 있다. 어느 나라나 도심 차량 배출 가스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이유다. 노후 경유차가 도심에 진입하는 것을 제한하고 아예 운행하지 못하도록 하는가 하면 배출 가스 검사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도심은 순수 전기모드, 야외 또는 장거리는 엔진으로 구동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저용량 배터리로도 일반적인 도심 거주자 운행 패턴과 거리, 출퇴근 용도를 충족 시켜 줄 수 있기 때문에 순수 전기차 이상 효율적이다. 

전기차 대비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순수 전기차 가격 대부분이 5000만원 이상인 반면, 같은 차급을 기준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000만원 이상 낮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가정용 전기를 기준으로 3시간에서 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장거리는 추가 충전 부담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보다 환경과 효율성에 더 더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로 디젤 엔진을 탑재한 미니밴(학원용), 소형 상용차(배달)는 도심 운행 빈도가 유독 많은 차종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기차로 대체하는 데는 부담이 많다. 매년 소형 상용차 중심으로 노후 경유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하고 이를 지원하는데 소요되는 예산도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소형 상용차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상세한 제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폭스바겐 멀티밴 e하이브리드도 이런 틈새를 노렸다. 폭스바겐은 전륜구동 MPV 멀티밴 e하이브리드가 발진과 일정 거리를 100% 순수 전기모드로 구동하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배출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일상적인 도심 운행에 충분한 전기 모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아쉽게도 유럽과 다르게 국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찬밥이다. 현재 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기아 니로 하나뿐이고 대부분이 수입산이다. 특히 메르세데스 벤츠, BMW, 볼보 등 유럽 브랜드는 다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라인을 갖추고 있다.

내연기관을 보조하는 하이브리드보다 쓰임새와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인데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이런저런 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디젤 엔진 사용 빈도가 많은 1톤급 소형 화물차와 승합차인 현대차 포터와 스타렉스, 기아 봉고와 카니발 등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갖게 될 유용성은 폭스바겐이 당장 올해 하반기 판매를 시작할 '멀티밴 e하이브리드'가 보여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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